제2금융 中企대출 급증···日리스크 본격화땐 부실 뇌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서대웅 기자
입력 2019-08-08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5월말 기준 잔액 165조···증가율 1금융권의 4.5배

  • 수출기업 중심 부실 우려···건전성 면밀히 따져야

#충남의 한 대기업 하청업체로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를 만드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대출한도가 꽉 찬 탓에 올 초 제2금융권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대출을 받았지만 상반기에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지금까지 이자 상환은 미루지 않았지만 A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가 본격화하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납기일을 맞추기 힘들어지면 부도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에 가로막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중소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165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경기 악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출 부실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2금융 중기대출 증가속도, 은행의 4.5배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65조726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2% 늘어난 수치로 대출 증가 속도가 상당하다.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까지 포함한 1금융권의 대출 증가율(6.5%)보다 4.5배 높다.

특히 그간 개인대출에 집중해 왔던 새마을금고(113.5%)와 신협(41.9%)의 중기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농·수협 및 산림조합인 상호금융은 18.6%, 저축은행이 10.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2금융 중기대출이 대폭 늘어난 것은 올 들어 정부가 중기대출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가 대거 2금융으로 밀려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아주경제]

중기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유동성에 차질을 빚은 중소기업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 하강이 미치는 영향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크기 때문에 부실 발생 시 국내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실 징후는 조금씩 나타나는 중이다. 저축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월 말 4.4%에서 같은 해 말 4.2%로 낮아졌지만, 올 들어 3월 말 4.6%로 반등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증가율(0.4%포인트)은 총여신 연체율 증가폭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신협을 포함한 상호금융권의 연체율 역시 지난해 3월 말 1.39%에서 같은 해 말 1.32%로 소폭 하락했지만, 올 3월 말 1.79%로 대폭 올랐다.

◆연말 '일본 리스크' 영향 본격화··· 부실 확대 불가피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가 본격화하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역경제 악화로 지방의 수출 기업들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은의 '지역경제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이 많은 충청권의 5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호남권과 대구·경북권의 수출액도 각각 13.4%, 12.8% 줄어들었다.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동남권이 10.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2금융권의 중기대출 연체율이 올 들어 상승한 것은 국내 경기가 둔화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은 아직 미미하지만 오는 4분기쯤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승 중인 연체율이 연말에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역경제 기반이 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금융권 중기대출 중 적지 않은 금액이 자영업자에게 공급되고 있는데, 중소기업 업황이 안 좋아질 경우 해당 지역의 자영업권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동시에 무너질 경우 그 지역의 부실률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을 중심으로 2금융 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