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트랜스미디어 시대 미디어산업의 향방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입력 : 2019-08-07 08:25
 

[노창희]

국내에서 7월 2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어떤 면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부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 평소 짝사랑해 왔던 MJ에게 고백하고 싶었던 피터 파커는 세상을 떠난 토니 스타크의 부재에 좌절하며 결국 자신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만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4월 24일에 개봉했으니 팬들이 아이언맨을 추모할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채 3달도 안되서 아이언맨을 그리워하는 스파이더맨을 보게 되었다. 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VOD로 보기 시작했다.

하나의 콘텐츠 소비가 다른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마블이 구축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횡단’, ‘초월’의 의미로 사용되는 trans와 media의 합성어인 트랜스미디어는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서비스 제공 및 이용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컨버전스 컬처』(김정희원·김동신 역, 서울: 비즈앤비즈)에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이용자들이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서사의 파편을 활용할 뿐 아니라 정보를 활용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지적한다(43쪽).『컨버전스 컬처』에 따르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펼쳐지는 서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422쪽).

비단 서사의 영역 뿐 아니라 모든 미디어 영역이 경계를 초월하여 융합되거나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여러 가지로 규정할 수 있겠으나 경계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트랜스미디어라는 용어는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변화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개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 AT&T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콘텐츠로, OTT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트랜스미디어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융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융합 현상은 산업적인 측면의 변화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이용행태 변화와 미디어 이용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컨버전스 컬처』를 통해 이러한 환경은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흐름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융복합 서비스 기술의 발전과 이를 활용하는 사업자들의 다양한 혁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이용자의 니즈 변화는 향후에 더욱 복합적인 향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 입장에서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를 포획해 나가는 전략이다. 마블이 구축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의 본질을 잘 보여 준다. 하나의 서사가 다른 서사의 이용을 견인해 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미디어 환경은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용이하게 만들고 있으며, 사업자 입장에서 충성도 높은 이용자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장대한 서사의 흐름을 통해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이라면 트랜스미디어 플랫폼전략은 플랫폼을 확장해 나가고 이용자가 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이용의 흐름에 동참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서사가 다른 서사로 이끈다면 차별화된 플랫폼은 콘텐츠 이용을 견인할 수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즉, 다른 플랫폼에서는 접할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며, 이것이 플랫폼과 콘테츠 간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플랫폼의 특성이 특정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이용 가능한 방송콘텐츠를 플랫폼 이용 관습에 따라 넷플릭스를 통해 소비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가진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초월을 의미하는 ‘트랜스’라는 용어는 역설적으로 상이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요소들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미디어 환경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트랜스미디어 환경이 야기하는 쟁점 중 중요한 부분은 이용자의 선택권 및 이용양상이 다변화되는 한편 과거보다 복잡해진 미디어 이용 구조에서 편의성에 대한 이용자의 욕구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인지적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무수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원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트랜스미디어 환경이 보편화될수록 이용자는 미디어 소비에 더욱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자원은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투여하는 나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중요성이 거듭 부각되고 있는 데이터가 되어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데이터 주권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소비자에게 그에 부합하는 권리를 보장해 줘야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사업자에 의해 트랜스미디어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파악된 이용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사가 구축되고 그것들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은 더욱 일반화 될 것이다. 이 환경이 제공하는 무수한 콘텐츠, 서비스, 정보를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전자는 사업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후자는 이용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직접 경쟁을 펼치는 사업자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미디어 환경 속에서 외연 확장과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이용자는 자신이 가진 권리를 누리기 위한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트랜스미디어 환경은 발전과 복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내가 제공한 데이터가 사업자의 경쟁 수단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처해 있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기울 필요가 있다. 데이터 주권과 같은 이용자 복지에 대한 구조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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