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AI 시대] 똑똑한 게임이 대세... 불붙는 AI전쟁

이소라 기자입력 : 2019-08-01 00:00
- AI연구 공들이는 게임 빅3 김택진·김정주·방준혁 - AI가 레벨 높이고 욕설탐지...각사각색 기술 경쟁 - AI전문가들 "게임산업, AI기술 테스트베드로 제격"

[그래픽=김효곤 기자 ]

 
2011년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인공지능(AI) 전문가 이재준 상무(현 AI센터장)에게 “AI 전담조직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시작된 엔씨소프트의 AI 실험조직이 글로벌 IT업계 큰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성장했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간판게임 ‘리니지M’에 목소리로 게임을 조작하는 ‘보이스커맨더’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대표는 십수년간 국내 게임 개발자들의 지식 공유 행사 ‘NDC’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게임AI를 만들고 다른 참가자들과 대결하는 AI 프로그래밍 대회 'AI챌린지'를 열기도 했다. 현 이광형 카이스트 교학부총장의 제자이기도 했던 김정주 대표는 국내 AI 연구 선구자이자 이론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는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제4회 넷마블투게더 위드 프레스(NTP)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해 "이용자와 경쟁하는 방식이 아닌, 이용자 수준에 맞게 게임을 제공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마블은 상반기 모바일 신작 ‘일곱 개의 대죄’에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적용해 불법 프로그램을 적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하반기 출시 예정작에도 음성인식 등 다양한 AI기술을 탑재해 실험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AI연구 공들이는 게임 빅3 김택진·김정주·방준혁

국내 온·모바일게임 시장을 일궈온 1세대 혁신 창업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김정주 넥슨 창업자·방준혁 넷마블 의장, 이른바 3N 수장들이 게임을 기반으로 한 AI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AI센터(게임AI랩, 스피치랩, 비전AI랩) △NLP센터(언어AI랩, 지식AI랩) 두 개의 AI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각 산하에 언어, 이미지, 데이터 등에 특화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AI 연구인력은 현재 150명에 이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수시로 연구진과의 의견교류를 통해 AI 연구현황을 챙기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HAI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송이 엔씨웨스트 사장도 구글 창업자 등과 교류하며 글로벌 트렌드 공유를 돕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연구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AI 분야 대학원 연구실 13곳과 연구협력을 맺고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NLP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임해창 전 고려대 교수를 자문 교수로 영입하기도 했다.

넥슨은 2017년 4월 인텔리전스랩스를 출범시키고 게임 개발자 출신 강대현 부사장을 주축으로 본격적인 AI 연구에 돌입했다. 빅데이터, UX 분석, 데이터 활용 개발 등으로 연구를 세분화해 진행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설립 2년 만에 인력규모가 200여명으로 늘었다. 넥슨은 올해 안으로 300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정주 대표는 이달 초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지분 66.1%를 확보했다. 엠바크는 EA 출신 유명 개발자 패트릭 쇠더룬드가 창업한 게임 개발사로 스트리밍, 클라우드, AI 등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온라인이 주류였던 게임업계에 모바일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다. 디바이스의 발전과 소프트웨어의 다양화에 관심이 많았던 방 의장은 2014년부터 게임 퍼블리싱, 마케팅 등의 운영 노하우를 AI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3월 인공지능 기술 개발 전담 조직인 NARC(Netmarble AI Revolution Center)를 신설하고, 65건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최근 2배에 가까운 AI연구 인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NARC는 빅데이터 수집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용자 패턴을 분석하는 콜럼버스 프로젝트와 마젤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넷마블은 AI부문 산학연구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이스트, 포스텍의 학부생 인턴사원들과 컴퓨터 비전 국제학회 ECCV에서 개최한 코코 덴스포즈 챌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한국정보과학회 KSC 2018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 서울대와 게임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모델 생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가 레벨 높이고 욕설탐지··· 각사각색 기술 경쟁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부터 콘텐츠 서비스까지 전 과정에 AI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아트, 프로그래밍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반복적인 수작업을 줄이기 위해 AI 기반 ‘게임 개발 자동화 기술’들을 연구 중이다.

이 밖에도 야구 정보를 생성 요약·편집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 인간과 대결을 펼치는 ‘비무AI’, 음성으로 게임 플레이를 조작하는 ‘보이스커맨더’ 등을 개발 및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보이스커맨더는 올해 안으로 리니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AI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에 주력하고 있다. 넥슨은 현재 10페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일 100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수집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분석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속 부정기능인 ‘핵’, ‘아이템복사’, ‘덤핑’과 같은 고의적 오류를 시스템이 직접 찾아내는 ‘어뷰징탐지’, ‘이상탐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에는 AI 머신러닝을 활용한 콘텐츠 생성기법을 적용했다. 이용자 접속 수치에 따라 방대한 대륙을 생성해 나가고, 지형과 기후에 따라 서식생물과 생태계를 알맞게 출현하게끔 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넥슨컴퓨터박물관과 인텔리전스랩스가 협업해 일반인들에게 게임과 AI를 쉽게 알려주는 전시회에서 인텔리전스의 욕설탐지 프로그램 ‘초코’를 선보였다. 초코는 사람의 대화방식을 학습해 3초에 100만건의 욕설을 탐지해 제거한다.

넷마블 NARC가 연구하는 ‘콜럼버스’는 각 게임별·국가별 이용자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안하는 기술이다.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광고수익률, 잔존율, 매출 예측도 가능하다. 광고 사기나 게임 내 비정상 이용자를 탐지해낼 수도 있다.

또 다른 프로젝트 ‘마젤란’은 이용자의 수준과 패턴을 분석해 가장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숙련도, 이용 패턴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게임 내 밸런스 검증 도구’, ‘테스트 자동화 기술’, '음성인식' 기술 등이 핵심이다.

◆AI전문가들 "게임산업, AI기술 테스트베드로 제격"
 
AI 전문가들은 게임업계의 AI 연구동향을 유의미하게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연령·성별의 이용자 확보가 쉬운 게임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보한 AI기술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AI 전문인력을 수용할 산업군이 넓어졌다는 데서도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이상근 고려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게임업계를 AI연구에 적합한 '테스트베드'로 평가했다. 게임 이용자의 습성, 성향, 특징을 학습하면서 새로운 AI기술을 연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AI 적용이 가장 활발한 것 중 하나가 게임이다. 새로운 기술을 즉각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유리한 산업"이라며 “AI기술의 중심은 사람이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의 패턴을 학습하면서 여러 가지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임회사의 AI 활용가치에 대한 의문은 남겨뒀다. 영역확장의 몫은 게임회사에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AI기술이 불필요한 작업이나 시간을 단축시켜줄 것"이라면서도 "인간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등 어떤 의도로 사용할지는 특정 산업군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길이만 성균관대 소프트웨어대학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머신러닝, 딥러닝의 기본이 되는 빅데이터 수집에 게임이 최적화돼 있다고 평가했다. 

길 교수는 "게임이라는 분야는 사용자 빅데이터를 모으기 수월할 것”이라며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기계학습에 필요한 정확한 추세나 경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AI전문인력이 진출할 곳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길 교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연구 환경이 굉장히 열악한 가운데 대형 게임업체들의 AI 투자가 늘고 있고, 조직문화도 유연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졸업생들이 게임회사로 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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