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흔든 영국 노동시장...사무직·청년 고용 직격탄

  • 모건스탠리 "AI 도입 후 순고용 8% 감소"...글로벌 평균의 두 배

사진챗지피티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지피티로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 도입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AI로 창출되는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빠르게 늘어나며 고용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영국 기업들이 AI 도입 이후 지난 1년간 순고용이 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독일·미국·일본·호주 기업을 포함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국제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이번 조사는 소비재·소매, 부동산, 운송, 의료기기, 자동차 등 AI 기술에 노출도가 높은 5개 산업에서 최소 1년 이상 AI를 사용해온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 기업 상당수는 기술 투자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기업들은 AI 도입 이후 평균 11.5%의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으며, 절반에 가까운 기업은 이보다 더 큰 폭의 개선을 보고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유사한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기록하면서도 AI로 줄인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새로 만든 것과 달리, 영국에서는 고용 확대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보고서는 AI 혁명이 영국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저성장,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를 겪는 시점에 본격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영국 기업들은 202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인력을 줄이고 있으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국민보험료 인상 여파로 실업률은 거의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실제로 구인 공고 전반이 감소하는 가운데, AI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서 채용 축소가 두드러졌다. 블룸버그가 영국 통계청(ONS)의 온라인 구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2022년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컨설턴트 등 관련 직종의 구인 공고는 37% 감소했다. 이는 다른 직종 평균 감소율(2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런던 EHF 모기지의 전무이사 저스틴 모이는 “직원 고용 비용 상승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아웃소싱을 활용해 기존에 지역 주민들이 맡아오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며 “그 결과 지역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영국 기업들이 AI 도입으로 전체 일자리의 약 4분의 1을 감축하거나 충원하지 않은 점은 다른 국가들과 비슷하지만, 기술 도입 이후 채용을 늘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분석했다.
 
AI는 장기적으로 영국의 침체된 성장률을 끌어올릴 잠재력도 갖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과 예산책임청은 AI가 향후 10년간 생산성 증가율을 최대 0.8%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생활 수준 개선과 재정 건전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고용 충격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영국 전체의 일자리 공석은 3분의 1 이상 줄었는데 이는 50만 개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5분의 1은 전문직·과학기술·행정·IT 등 AI 노출도가 높은 분야에서 발생했다.
 
모건스탠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용주들은 영국에서 경력 2~5년 수준의 초급 직종을 가장 먼저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AI로 초급 사무직이 위협받는 데다 세금 정책 여파로 소매·서비스업 고용까지 위축되면서 청년층의 고용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1월까지 3개월간 13.7%로 상승해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AI가 과거 컴퓨터와 인터넷처럼 성장을 이끌 ‘차세대 범용 기술’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자리 감소와 인재 육성 체계 약화를 경고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런던 소재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권역) 지속가능성 연구 책임자 레이첼 플레처는 이번 결과가 AI가 노동시장을 뒤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기 경고 신호”라며 “AI의 고용 영향은 최근 투자자들과의 대화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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