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미니칼럼-短] '날강두' 호날두 vs 손흥민 '손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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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7-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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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20 챔피언스리그 '손-호' 맞대결 기원

 

포르투갈산(産)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소속팀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한국에 체류한 시간은 불과 10시간. 지난 26일 금요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와 27일 오전 1시 같은 공항에서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 짧은 10시간 동안 호날두는 한국 축구계와 축구팬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아니 안중에도 없었다. 우롱했다. 사인회 불참, 경기장 지각 도착, K리그 올스타전 45분 이상 출전 계약 위반 등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초등생 아들 팬은 울먹, 데리고 온 아빠 팬은 분노했다. 

호날두는 '노 쇼'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왜 그랬는지 해명도 제대로 안 하고 개인 SNS에 헛소리만 해댔다.  한국에선 여자친구인 조지나 로드리게스를 언급하며 “보고 싶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탈리아로 돌아가서는 "집에 돌아와 좋다"며 운동하는 사진을 올렸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가 끝난 뒤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날두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직접 보려고(직관) 최고 40만원짜리 티켓을 산 팬들은 ‘날강두(날강도+호날두)’라고 욕한다. ‘유벤통수(유벤투스+뒷통수)’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해외 언론까지 유럽 축구팀에 아시아 팬들은 '호갱'이라고 분석할 정도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한국에서의 일어난 '호날두 사태'를 두고 “유럽 축구클럽들이 아시아를 돈 벌이 수단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서점에서 현역 최고의 대한민국 축구선수 손흥민이 쓴 첫 번째 자서전인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펼쳐봤다. 꿈 많던 축구 소년이 ‘손세이셔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냈다. 책 곳곳에서 그의 사람 됨됨이, 인성(人性)을 읽을 수 있었다. 가족과 팬, 사람에 대한 애정 말이다.

골을 넣은 후 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손 하트' 골 세리머니에 대해 손흥민은 "나이 들면서 가족에게 감정 표현을 하기가 조금씩 쑥쓰러워졌다. 골을 넣고 하트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적었다. 또 팬들 얘기를 하면서 손흥민은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야말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성취라고 생각한다"고 썼고, "저는 제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정말로 겸손한 스타 플레이어다.
 

[사진=브레인스토어 제공]


호날두는? “봤지, 내가 우주에서 제일 잘해”라며 그저 자기 자신의 잘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호날두의 우주 최강 세리머니와 확연히 대비된다.

잉글랜드 토트넘의 주전 스트라이커 손흥민은 지난 21일 싱가포르 칼링의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2019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에서 호날두와 맞대결을 펼쳤다. 손흥민이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토트넘은 3-2로 이겼다.

이후 한국을 무시한 호날두와 손흥민이 한 번 더 맞대결을 했으면 좋겠다.  손흥민의 토트넘이 이탈리아 리그 유벤투스와 직접 겨룰 기회는 매년 유럽리그 상위팀들이 벌이는 UEFA 챔피언스리그다. 인성 승자 손흥민이 실력에서도 호날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장면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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