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테크인사이드] ⑧ ‘디지털 심장’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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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9-07-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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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완공한 데이터센터 각, 일자리 170여개 창출... 제2 데이터센터 건축에 10여개 지자체 몰려

  • 팔만대장경 보존한 장경각에서 명칭 따와... 후대에 데이터 보존하겠다는 사명감 표명

  •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화 필수... 자체 개발 AMU, NAMU 장비로 더운 공기 관리

  • 진도 6.5 강진에도 버티고 정전 시 자체 발전 등으로 72시간 구동 가능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IDC) 설립을 둘러싼 지자체의 유치전이 뜨겁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 12일부터 이례적으로 부지를 공모하고 있다. 현재까지 10여개의 지자체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 데이터센터는 2013년 완공된 첫 번째 데이터센터인 강원도 춘천의 ‘각’보다 2배가량 규모가 크다.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경제효과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각은 일자리 170여개를 창출했고, 현재 연 수십억원의 세금을 내고 있다. 제2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발생할 지역 일자리는 1000개로 추정된다.

데이터센터란 서버와 스토리지와 같은 IT 인프라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과거에는 각 기업이 사내에 전산실 형태로 이같은 장비들을 직접 갖췄으나,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이후 데이터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감당할 IT 인프라 수요가 급증해, 이를 한곳에서 관리해주는 데이터센터란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기업으로선 데이터센터에 각종 IT 설비를 두고 이용하고 관리하는 게 비용이나 공간 운영 면에서 유리하다.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자원만큼만 유동적으로 빌려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은 국내 IT 기업이 자체 구축한 최초의 데이터센터다. 건축 계획부터 디자인까지 네이버가 직접 담당해 2012년 준공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건축비, 기계설비 구입비만 1500억원에 달했다. 관련 인력 확보까지 고려하면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투입된 비용과 노력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에 있는 데이터센터 각의 외관은 계단식 논의 형태를 띤다. 각이라는 명칭은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760여년간 보관해온 해인사의 장경각에서 따왔다. 후대에 데이터를 잘 물려줄 수 있도록 현대판 장경각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각의 북관과 서관, 남관에 모두 서버를 두고 있다. 포털 네이버는 초당 검색어 7400개가 발생하고 메일 2700개가 전송된다. 업로드되는 이미지 수는 680건이다. 이는 모두 각에 보관된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에 있는 네이버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 '각'[사진=네이버]

데이터센터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다수의 기업이 데이터센터에서 IT 인프라를 빌려 쓰고 데이터를 저장하다 보니,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많은 서비스가 마비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아마존웹서비스(AWS) 사태가 그 예다. AWS는 국내외 클라우드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IaaS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AWS 클라우드 서비스에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하자, 쿠팡과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업비트, 이스타항공 등의 홈페이지와 예약·결제 시스템이 1시간 20분가량 멈췄다.

네이버 또한 각에 문제가 발생하면 포털 네이버와 연관된 서비스들이 지장을 받는다. 이에 다양한 기술과 과학 원리를 적용해 각을 관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수천대에서 많게는 수만대의 서버와 같은 IT 설비가 모여있고, 24시간 멈춤 없이 가동돼 전기 소모가 크다. 네이버는 각의 전력 사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일반 서버 대비 각각 36%, 31% 전력을 덜 소비하는 CPU와 메모리를 탑재한 서버를 사용한다. 네이버는 이 서버가 일반 서버가 사용하는 전력의 83%만으로도 구동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 서버보다 5~7℃가량 높은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서버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서버는 그만큼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을 가능케 한다.

서버 가동으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네이버는 각의 열을 식히는 데만 전체 전력의 40%를 사용하고 있다. 각은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분리하는 ‘데이터센터 통로 차폐 시스템’을 갖췄다. 찬 공기가 있는 쿨존은 2℃, 더운 공기가 다니는 핫존은 3℃가량 온도를 낮췄다.

각이 위치한 춘천 구봉산의 자연 공기를 열을 식히는 데 끌어쓰기도 한다. 찬 공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력을 아낄 수 있어 일석양득이다. 여기에 서버 내부로 들어온 더운 공기에 미세한 수증기를 뿌려 공기가 가진 열을 빼앗는 AMU(Air Mistiong Unit)와 찬물이 흐르는 벽에 바람을 통과시켜 기화 작용을 유도하는 NAMU(Naver Air Membrane Unit) 장비를 통해 온도를 낮추고 있다. 두 장비 모두 네이버가 자체 개발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서버실 모습[사진=네이버]

자연적으로 찬 공기를 얻을 수 없는 여름철엔 심야에 비축한 전기를 통해 찬 공기를 만들어낸다. 야간에 찬물과 얼음을 미리 만들어 낮에 활용하는 식이다.

정전과 지진, 물 부족, 화재 등의 재해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각에 전기를 제공하는 변전소 운영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예비 변전소를 확보했다. 각 내부에 비상 발전기와 자체 전원장치도 구비했다. 정전 상황에서 최대 72시간을 버틸 수 있는 전력을 낼 수 있다. 내진 설계로, 진도 6.5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다. 물 수급이 끊길 경우 지하수와 빗물을 활용하는 구조도 갖췄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20년 뒤에 네이버가 ‘후대에 데이터를 잘 전달한 기업’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등에 담긴 국민의 추억을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담겼다. 그 역할을 수행할 핵심 인프라가 데이터센터다.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와 같은 각종 신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심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의 또 하나의 디지털 심장을 건축해 '현대판 장경각'으로서의 의지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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