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사건’의 전말…2012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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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07-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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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경의 치열했던 파워게임... 모두가 그 희생양

  • 윤대진 돕고 싶었던 윤석열... 결국 자기 발목 잡은 셈

2012년 3월 대검찰청 첨단범죄 수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윤대진 검사는 ‘저축은행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철규 당시 경기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79)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다. 수사 끝에 이 전 청장은 구속됐고, 수사는 경찰 쪽으로 확대된다.
이에 대해 경찰수뇌부는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검찰이 경찰의 군기를 잡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전 청장은 수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보복(?)에 들어간 경찰은 정보라인을 총동원해 윤대진 검사의 뒤를 캔다. 그렇게 얻어낸 것이 윤대진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비리의혹이었다. 악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자료사진 =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던 경찰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동생(윤대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현직검사인 윤 검사가 직접 움직일 수 없었고, 대신 부하검사였던 이남석 검사가 윤 전 세무서장을 찾아가 돕게 된다.

윤씨 형제들의 이런 행보는 경찰에 고스란히 포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언론 뿐만 아니라 증권가 ‘지라시’에는 그들의 행보가 고스란히 중계방송 되고 있었다. 당연히 윤석열 후보자(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의 귀에도 전해졌다. 몇몇 기자들은 윤 후보자가 그들과 가깝다는 점에 착안해 취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 상황이 ‘경찰의 장난질’이라고 직감한 윤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윤 국장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인다. ‘후배검사인 윤대진이 중요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친형 문제로 발목을 잡히면 안된다’며 ‘내가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개된 바로 그 녹취파일 내용이다.

당연하게도 이 발언 역시 경찰 정보라인에 그대로 들어갔고, ‘언론플레이’와 ‘지라시’에 고스란히 활용됐다.

2013년 5월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후보자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에 임명돼, 사정없이 국정원을 뒤지고 있을 때에도 이 지라시는 증권가를 떠돌았다.

■ 지옥과 천당을 함께 다녀온 그들

이후 윤 후보자와 윤씨 형제들은 나란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윤 전 세무서장은 2012년 5월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이듬해 태국에서 붙잡혀 압송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낙마하면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도 위기를 맞았고 결국 국정원 직원 체포강행 건 때문에 윤 후보자도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쫓겨나게 된다. 2014년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윤 후보자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것이 이 무렵이다.

윤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영전하며 건재한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으로 좌천돼 한직을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윤 전 세무서장에 대한 경찰수사는 쉽지 않았다.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경찰은 2014년 6월 윤 전 서장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그리고 2015년 6월 검찰은 무혐의로 ‘윤우진 사건’을 종결한다. 경찰 정보라인이 포착한 첩보들 중에 기소로 이어질 수 있는 ‘한방’은 없었던 셈이다.

만약 그때 사소한 것이라도 문제가 될만한 것이 있었다면 윤 전 세무서장은 물론 윤 후보자이나 윤 국장이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2012년의 악연은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자가 오랜 시련 끝에 검찰총장 후보자가 된 사이 윤대진 국장이 잡아넣었던 이철규 전 경기청장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뒤 국회의원으로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12년 당시 검찰의 수사도 무리했지만, 윤 전 서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면서 “검경의 파워게임이 낳은 희생양들”이라는 평가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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