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과격'시위 후폭풍…中 강경 개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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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7-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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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주재 美 상공회의소 '폭력시위 우려' 반대 성명

  • 中 관영언론 "폭력행위 책임 끝까지 추궁할것" 강경 목소리

  • '수세' 몰렸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다시 힘 실릴듯

홍콩 시위대의 과격 행위에 대해 홍콩 안팎에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홍콩 문제에 강경하게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중국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개정 문제로 궁지로 몰렸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다시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 동안 범죄인 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평화적인 시위는 홍콩 안팎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지난 1일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아 최소 수 만명의 홍콩 시민이 송환법 완전 철폐,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인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물리력을 동원해 입법회 건물에 진입해 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수의 과격행위로 그동안 이어졌던 대규모 평화시위가 묻혔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그동안 송환법 반대에 지지 목소리를 냈던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당장 시위대로부터 등을 돌렸다. 상공회의소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물리적 피해와 재산피해를 야기하는 폭력시위를 통해 우려를 표출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며 폭력행위를 강력히 비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그 동안 홍콩 시위에 침묵했던 중국 관영매체들도 3일 홍콩 시위대의 폭력행위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며 강력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 사평에서 “홍콩 법치를 심각히 유린한 것이고, 홍콩 사회 질서를 파괴한 것”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레드라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인민일보 3일자 1면에 홍콩 폭력시위 규탄하는 내용의 사평이 게재됐다. 


특히 사평은 시위대가 철몽둥이·철창차로 입법회 건물 유리외벽을 훼손하고, 독성 화학가루로 경찰을 공격하는 등 폭력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이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 사회 질서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평은 홍콩이 '과잉정치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인위적으로 분열·대립하면 이는 경제·사회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불법행위를 선동하면 홍콩의 국제화 비즈니스 도시의 명성은 물론 홍콩인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도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법치는 홍콩의 핵심 가치와 세계의 공동 가치’라는 제하의 사평에서 극단적 폭력행위, 입법회 건물 파손으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글로벌 금융도시에서 나타난 법치를 무시하는 형편없는 장면은 홍콩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고 꼬집었다. 사평은 "법치는 홍콩의 핵심 가치이자 세계의 공통된 가치"라며 "폭력 시위는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경계와 반감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런 폭력 시위를 통해 정치적 격변을 겪은 국가들은 모두 실패하고, 장기적인 혼란에 빠졌다"면서 "서방 국가들도 이런 폭력 시위에 대해선 결연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홍콩 문제에 더 강경히 대처하라는 중국 지도부의 메시지로 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 동안 홍콩의 평화적 시위에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중국 당국이 이번 과격 시위를 명분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홍콩 정부와 경찰이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폭력 범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신속하게 사회 질서를 회복하고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회 질서 안정을 명분으로 홍콩 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시위대 처벌을 요구한 모양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신화통신]


람 장관도 앞서 2일 새벽 4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맹렬히 비판하며 입법회 점거 시위대를 색출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 동안 송환법 문제로 사퇴 위기까지 몰렸던 람 장관이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풀이했다. 

장기적으로 중국 지도부의 홍콩에 대한 통제가 더 강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중국 지도부가 사회 안정을 명분으로 인민해방군을 투입하는 등 물리력을 직접 동원해 개입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데다가, 홍콩 시민들의 더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과거 '톈안먼 사태' 같은 유혈 사태가 발생하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가 1일 입법회 건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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