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떠나랄땐 언제고...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봉'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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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06-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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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같은 지자체 행정 처리에 때론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얼마 전 일어난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백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는 경기 용인시 공세동 일대에 제2 데이터센터를 세울 계획이었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못 이겨 설립을 포기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설립을 포기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용인시의 방관과 용인시의회의 격렬한 반대가 설립 포기의 결정적인 이유다.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각'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와 주민들의 분쟁을 중재해야 할 용인시는 주민들의 움직임을 의식, 네이버에 주민들이 제기하는 유해성 의혹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통보하는 등 '나 몰라라'식 행정을 보여줬다. 불과 몇 년 전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심지어 네이버가 유해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해 신청한 첨단산업단지 2분기 심사도 심사보류로 반려했다.

용인시의회는 데이터센터가 미세먼지 발생, 화재 발생 위험 등으로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인근에 합당하지 않은 시설이라며, 경영 비밀에 속하는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의 운영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주민들의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의원직을 걸고 네이버 데이터센터 설립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 확보에 나서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반(反)기업 정서에는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제2 데이터센터 설립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자, 용인시는 네이버와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며 다시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섰다. 공세동을 대신할 새 부지를 연결해줄 테니 용인시로 돌아오라는 얘기다.

데이터센터는 네이버 혼자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 관련 지자체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용인시가 지난번 방관과 반대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복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용인시의 자신감도 이해는 된다. 수도권 근교, 기초 인프라, 네이버 본사와의 접근성 등 네이버가 원하는 데이터센터 부지에 용인시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양시, 파주시 등도 용인시에 비해 인프라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의정부시는 경기도 균형 발전론을 내세우며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용인시는 자체 감사로 유해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누락한 채 산업단지 승인 절차를 진행, 녹지가 훼손되고 들어서서는 안 될 아파트가 건립된 사실을 확인했다. 정작 유해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해 산업단지를 신청한 네이버를 반려한 것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신속한 행정이다.

지자체 행정에도 내 책임이라는 프로 정신이 필요하다. 다음 달부터 시작될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입찰에선 지자체들이 이러한 프로 정신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사진=강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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