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험사 '역마진 후순위채' 만연···주주가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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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6-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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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최근 만난 A보험사 관계자는 4% 초중반의 이자율로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해 자본을 확충했다고 자랑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A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바뀐다. A보험사는 당장 얼마간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향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이자비용을 감수한 셈이다. 
 
보험사는 후순위채로 조달한 자본을 운용해 이익을 남긴 이후 약속된 이자를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벌어들인 이익으로 약속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다면 보험계약자 몫으로 남겨둔 재원에 손을 대서 지급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사가 후순위채를 발행해 이자비용이 늘어날수록 보험계약자를 위한 재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문제는 자본 확충을 위해 과도한 이자비용을 감수하는 일이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만연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12개 생·손보사는 2조2814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채권의 표면금리는 보험사 각각의 신용등급에 따라 4.34~6.2%로 확정됐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률은 4%를 하회했다. 심한 경우 자산운용이익률과 후순위채 금리 차가 3% 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보험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현재를 살기 위해서 미래를 버린 격이다.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자본 확충은 주주들의 몫이다. 지금처럼 보험사가 비용부담을 떠안으면서 스스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험사 주주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변명한다. 아예 매각하겠다고 선언하고는 뒷짐을 지고 나몰라라 하는 주주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매년 배당시즌이 도래하면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겨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는 발을 빼고 이익만 가져간다면 진정한 주인이라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보험사의 주주가 진정한 주인이라면, 이제는 고통 분담을 통해 자격을 입증할 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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