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용의 CEO열전] ⑥ 유튜브와 전 세계 동영상 시장 양분 '트위치' 키워낸 에밋 시어... 국내 시장에서도 아프리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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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06-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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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밋 시어 트위치 최고경영자

  • 유튜브와 전 세계 동영상 시장 양분한 실시간 스트리밍 업계의 강자... 국내 진출 4년만에 아프리카 자리 위협

다들 유튜브 천하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유튜브가 모든 인터넷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는 녹화 방송의 강자다. 실시간 방송(생방송)의 왕은 따로 있다. 바로 아마존의 자회사인 '트위치(Twitch)'다.
 

[사진=트위치 CI]


◆트위치는 어떤 회사?

트위치는 게임 방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일대 동창인 에밋 시어(Emmett Shear)와 저스틴 칸(Justin Kan)이 2011년 6월 시작한 이 동영상 서비스는 이제 유튜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영상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죽의 장막에 가려져 정확한 사용자 집계가 어려운 중국의 동영상 시장을 제외하면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와 트위치가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유튜브의 월간 실사용자(MAU)는 19억명에 달한다. 트위치가 내세우는 수치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트위치의 일간 실사용자(DAU)는 1500만명이 넘고(월간 실사용자는 미공개), 트위치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스트리머의 수도 300만명에 달한다.

구글은 지난 2014년 녹화 방송에 이어 실시간 방송 시장까지 장악하기 위해 트위치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동영상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미국 반독점법에 위반할 소지가 있었고, 때문에 트위치 인수를 포기하고 만다. 결국 트위치는 9억 7000만달러에 구글의 경쟁자인 아마존의 품에 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은 트위치를 견제하기 위해 '유튜브 게이밍(Youtube Gaming)'과 '유튜브 라이브(Youtube Live)'라는 게임, 실시간 동영상 송출용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트위치의 아성을 꺾는데는 실패했다.
 

에밋 시어 트위치 최고경영자.[사진=에밋 시어 페이스북]


◆트위치 만들고 키운 에밋 시어 CEO

트위치를 만들고 키워 오늘날의 실시간 동영상 시장의 강자로 만든 인물이 바로 에밋 시어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다. 1983년 태어난 시어는 예일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다니던 도중 철학과를 다니던 동갑내기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칸을 만났다. 이내 친해진 둘은 학교를 졸업한 후 함께 사업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2005년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후 둘은 키코 소프트웨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구글 지메일과 연동되는 온라인 캘린더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칸이 CEO를 맡고 시어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았다. 사업 자금이 필요해진 둘은 당시 막 태동한 벤처캐피탈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문을 두드렸고, 이내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은 최초의 회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이 진행한 사업은 구글이 직접 온라인 캘린더를 선보이면서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둘은 이내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저스틴 칸은 당시 성장하고 있던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주목했다. 유튜브 등 경쟁사가 온라인 만남 서비스를 거쳐 동영상 서비스를 막 시작한 그때였다. 2006년 칸과 시어는 웹캠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인 저스틴TV(Justin.TV)를 선보였다. 처음 서비스를 개시하고 8개월 동안 칸 본인이 웹캠으로 자신의 삶을 송출하는 등 서비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어는 CTO로서 저스틴TV 개발을 직접 진행했다.

저스틴TV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로 성장했다. 약 30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저스틴TV를 거쳐갔다. 하지만 저스틴TV는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회사가 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유스트림(Ustream)'과 같은 경쟁사의 시장 영향력이 더 컸다.

시어는 이러한 상황을 뒤집고 싶었다. 떠올린 방법은 '특화'였다. 저스틴TV를 게임 방송에 특화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바꿔 당시 태동하고 있던 게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자는 것이었다. 시어는 이러한 생각을 칸에게 들려줬고, 둘은 여기서 의견이 갈리고 만다. 칸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길 원했다. 때문에 둘은 게임 방송에 특화된 플랫폼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2011년 시어와 칸은 비디오 게임을 만들 때 게이머들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기법인 '트위치 게임플레이'에서 이름을 따온 트위치TV를 세상에 선보이고, 게임에 특화된 실시간 동영상 시장 개척에 나섰다. 트위치의 최고경영자는 칸이 아닌 시어가 맡았다. 칸은 저스틴TV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위치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저스틴TV의 방문자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2014년 폐쇄를 결정하고 만다. 특화를 선택한 시어가 옳았던 셈이다.

당시 시어가 이끄는 트위치는 유튜브와 동일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들어오는 광고 수익에 비해 트래픽 과다로 인한 지출이 커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와이콤비네이터의 지속적인 투자가 없었다면 회사가 한참 전에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시어는 유튜브의 창업자인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처럼 트위치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나섰다. 트위치의 막대한 사용자수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자체 인터넷 광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광고 수입에 기대는 트위치의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계가 수월하며,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회사여야 했다.

적자였던 유튜브를 흑자로 전환시킨 구글이 첫 번째 협상 대상이었다. 하지만 반독점이란 이슈 때문에 구글과 트위치의 통합은 무산되고, 결국 시어는 두 번째 협상 대상이었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찾아가야만 했다. 제프 베조스는 트위치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와 독립적인 운영을 약속했다. 결국 트위치는 아마존 품에 안겼다.

현재 트위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옥을 두고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 트위치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트위치에서 방송 중인 게임 관련 상품을 아마존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하고, 트위치 서비스의 기반(인프라)을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로 옮기는 등 두 회사간의 서비스 결합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사진=트위치 캡처]


◆게임 서비스 성공? 트위치와 협력이 선택 아닌 필수

최근 게임 업계는 성공을 위해 트위치, 트위치 스트리머 등과 손잡는 것이 필수라고 여겨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최근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배틀로얄 장르 시장을 장악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게임은 출시 후 모든 마케팅을 트위치와 트위치 스트리머를 통해 진행했고,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현재 트위치에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를 시청하는 게이머는 피크타임을 기준으로 약 5만명, 30만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이제 신작 게임은 트위치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게임박람회인 'E3'의 경우 2016년 이후 모든 컨퍼런스를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지난 10일 트위치에서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의 E3 컨퍼런스에는 약 50만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한 게임을 트위치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유튜브와 동영상 업계 양대 서비스로 입지 굳혀

트위치는 아마존의 지원을 바탕으로 유튜브의 경쟁자 자리를 굳혔다. 제작년부터 세 가지 성장 전략을 내세우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첫 번째는 전 세계 e스포츠(e-Sports) 방송 시장 장악이다. 트위치는 리그오브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DOTA 등 이미 자리를 잡은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부터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스트리트 파이터 5 등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의 e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거나, 직접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인기 있다고 여겨지는 스타크래프트 공식 리그(KSL) 마저 블리자드와 손잡고 유치했다. 현재 트위치는 전 세계 모든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방송국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고정 후원을 통한 스트리머 확보다. 철저하게 인기에 따라 광고 수익만 배분하는 유튜브와 달리 트위치는 중견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한 후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튜브의 방식은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전까지 별다른 수익 없이 버텨야 하는 문제가 있다. 콘텐츠 채널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중견 스트리머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위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 스트리머들과 일정 시간 트위치에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약을 맺고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 월급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후원 덕분에 중견 스트리머들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자신만의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트위치에서 성공하면 유튜브에서 성공한 것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고 돈을 벌 수 있다. 인기 스트리머인 '닌자(Ninja, 리처드 블레빈스)'는 최근 트위치에서 진행한 포트나이트 방송을 통해 매달 35만달러 이상의 고정 수익을 얻고 있다.

세 번째는 게임 방송 플랫폼에서 벗어나 유튜브와 같은 종합 방송 플랫폼으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위치에서 게임 외에 다른 분야의 방송을 하려면 '일상방송(IRL-In Real Life)'이라는 카테고리로만 송출할 수 있었다. 이를 단순 채팅, 예술, 먹방, 음악, 뷰티, 여행 등 다양한 일반 채널로 개편했다. 이제 게임 방송뿐만 아니라 일반 방송도 트위치에서 마음껏 송출할 수 있다.
 

최근 트위치와 분쟁을 겪고 있는 인기 스트리머 '뜨뜨뜨뜨'.[사진=뜨뜨뜨뜨 유튜브 캡처]


◆한국에 상륙한 트위치 돌풍... 공정위는 '갑질' 약관 수정 칼 빼들어

트위치 돌풍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트위치는 자리를 잡고 국내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인 '아프리카(Afreeca)'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하며 국내에 진출한 트위치는 2016년 이후 그 세를 급격히 불려 2018년 모바일앱 기준 월간 실사용자수가 90만 839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 기준). 2016년 30만 2565명에서 2년만에 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모바일 앱의 월간 실사용자수는 199만 5593명에서 125만 7634명으로 줄어들었다. 아직은 아프리카의 이용자수가 더 많지만, 국내 시장에서 트위치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 말이면 이 수치가 역전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체류시간에서는 트위치가 아프리카를 넘어섰다. 지난 해 기준 트위치 시청시간은 월 5억 8686만분으로, 5억 6442만분을 기록한 아프리카를 앞섰다.

현재 아프리카의 가장 큰 고민은 트위치와 체급 차이가 심하게 난다는 점이다.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제공하는 서비스와 광고 중심의 사업 모델이 겹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IT 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많은 게임 기업과 다양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트위치와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의 차이가 심해,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더라도 품질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화질과 스타크래프트 등 트위치로 옮겨간 e스포츠 리그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트위치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아프리카는 트위치가 취약한 먹방, 스포츠, 정치, 금융 등 일반 방송과 지역(Local) 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서 트위치의 영향력은 결코 유튜브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영향력을 방증하듯 지난 해부터 트위치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특히 '뜨뜨뜨뜨', '릴카' 등 스트리머들을 중심으로 트위치 코리아의 소통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명백히 국내에서 대규모 사업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본사 정책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문제 해결을 소홀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는 공정위의 지적을 받아 특별한 이유 없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독소 조항을 삭제했다. 다음 목표는 유사한 내용이 담긴 트위치의 '갑질' 약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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