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눈]두 개의 머리를 지닌 남자, 윤석열의 검찰과 정치 사이

이상국 논설실장입력 : 2019-06-18 17:59

차량에 오르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19.6.17 jeong@yna.co.kr/2019-06-17 15:27:12/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윤석열을 따라다니는 오래된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것일 것이다. 1980년대 초 서울대 법대 학생들이 모여 전두환정권의 5.18 유혈진압 모의재판을 연다.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를 나눠맡은 학생들은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였다. 이 때 검사역할을 한 학생이 전두환에 사형구형을 한다. 당시 현직대통령이던 서슬퍼런 권력에 내린 겁없는 구형. 이 모의재판 이후 '검사' 학생은 강원도로 피신 잠적한다. 그가 윤석열이다. 검찰은 무엇인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무엇. 대학생 윤석열은 행동으로 그걸 보여주었다. 

검사는 운명이었을까.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판사가 아닌 검사의 길을 걷는다. 1999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근무한 6년차 검사 윤석열은 김대중정부 시절 경찰 최고실세였던 박희원(경찰청 정보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맡는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외압에도 불구하고, 그는 박국장을 구속까지 이끌어내는 강단을 보였다. 경찰이 발칵 뒤집혔고,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살아있는 정부의 경찰 실력자의 범죄를 밝혀낸 젊은 검사의 처신은 검찰 역사 속에서 회자되어온 일대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인 2002년 1월 그는 검찰을 떠난다.  수사가 끝나도 정치는 여전히 살아있기에, 버티기 어려웠을까. 이런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선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지만, 1년 만에 "이건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검찰로 복귀했다. 2004년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대선자금 수사를 맡았고, 2008년 이명박정권 출범 초기에 BBK의혹과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진행한다. MB 시절 그는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다. 2011년 중수부 1과장 때 노무현의 딸 정연이 연루된 13억 돈상자 사건을 수사했다. 

2013년 그에게 또 한번의 '시험'이 다가왔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에선 펄쩍 뛰었다. 그해 10월 국회 법사위 서울고검 국감장에서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조영곤)과 법무부의 외압을 폭로한다. 이 사건을 '윤석열의 난(亂)'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상관을 '찌른' 그는 "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이후 그는 지방고검을 돌아다녔다. 

그가 부활한 계기는 '최순실 수사'였다. 2016년 12월 박영수 특검팀은 그를 수사팀장으로 불렀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다. 그는 문정권의 적폐수사를 지휘했다. 박근혜, 이명박 전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120명이 넘는 사람을 기소했다. 수사 대상자 4명이 자살했을 정도로 수사가 집요하고 혹독했다는 평가도 있다. 적폐수사의 지휘자였던 그가 검찰총장에 지명된 것은 예정된 일처럼 보인다. 보수진영에서 후보 지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 까닭은, '적폐 척결' 수사가 정권의 정치적 행보인 만큼 그를 철저한 정치검찰(조선일보는 그를 '충견'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이라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거기에 향후 검찰개혁의 핵심인 정치와 검찰의 절연(絶緣)이 요원해졌다는 점도 보태진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이 어떻게 될지도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기수 파괴같은 곁다리 문제들도 있다. 2017년 고검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낮췄을 때 다섯 기수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총장후보가 된 지검장이 현재의 문무일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만큼 동기를 제외하더라도 21명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라 검찰의 동요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그의 적폐 수사 행보가 현정부의 '충견'을 자임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소신이 받쳐준 선택인지에 있다.  

윤석열과 함께 일했던 옛 동료는 "예나 지금이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조건 밀어붙이는 성격"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그리고 "그가 정치적으로 어떤 인물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도 말한다. 그는 천직이 검사인 사람이며 그간의 굵직굵직한 수사에서 정치권과 재계의 외압이 많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수사를 중단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귀띔한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는 상황판단이 빨라서 머리가 두 개인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능력과 소신을 갖춘 뛰어난 검사임에 틀림없다. 검찰총장이 되었을 때, 그가 한 언론의 표현대로 문정부의 '충견'으로만 움직일 것인지, 그의 이력들이 보여주는 '정의의 DNA'가 작동을 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향후 문정부가 해결해나가야할 검찰개혁과 검경수사권 독립 등의 문제에서 어떤 입장에 설 것인지 가능한 한 예단없이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이 문제가 국가 시스템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그 맹렬한 소신을 바탕으로 한 '두 개의 머리'가 지금 급속도로 회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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