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야근하려고 카페 찾는 증권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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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원 기자
입력 2019-06-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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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덜 끝냈는데 오후 5시쯤 컴퓨터를 끈다는 방송이 나와요. 집에서 일하기는 싫으니까 근처 카페로 가죠."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정해진 시간이면 컴퓨터를 끄는 'PC 오프제'를 시행하는 증권사가 늘었고, 일을 못 마치는 바람에 카페에서 야근하는 직원도 늘었다.

증권사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1년 동안 부여했던 유예기간이 이달 말 끝난다. 증권사마다 작은 차이만 있을 뿐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개 해외영업 또는 투자은행(IB) 부서를 대상으로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있다. 일반 직군에는 PC 오프제를 적용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유연근로제)를 받아들인 곳도 보인다.

그래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증권업종의 특수성을 지키면서 52시간 근무제 취지도 살려야 한다. 가장 걱정이 많은 직군은 애널리스트와 IB다. 두 직군은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는다. 도리어 더 일을 해서라도 더 나은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직원이 많다.

직원뿐 아니라 투자자도 손실을 볼 수 있다. 애널리스트는 더 적은 시간에 전처럼 좋은 리포트를 내야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의와 세미나 참석, 기업탐방, 보고서 작성을 빠짐없이 챙기려면 주 52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자칫 보고서 품질이나 건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웃픈' 일도 생긴다. 한 증권사 IB 부서 직원은 "대개 저녁 7시쯤 고객을 만난다"며 "PC 오프제를 실시하는 바람에 5시에 퇴근해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저녁 자리로 간다"고 했다. 뜻밖에 여의도 카페에는 특수일 수 있다.

해외 통계를 안 꺼내도 52시간 근무제 취지는 누구나 안다. 증권가에서 벌어지는 때아닌 야근도 일시적인 부작용일지 모른다. 그래도 업종별, 업무별로 서로 다른 상황을 신중하게 배려했어야 한다. 일과 삶뿐 아니라 새로운 근로제도에도 균형은 필요하다. 다시 유예기간을 부여하거나 예외를 인정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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