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못’ 낳는 MICE] “2000兆 황금알 시장? 우린 그냥 참가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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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김태림 기자
입력 2019-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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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랜드도 장기 계획도 없는 국내 MICE 산업

  • 세계경제 불황에도 글로벌 시장 10년간 50%나 성장

  • 정부 예산 고작 600억…자체 콘텐츠 없어 제자리걸음

2000조원 규모의 마이스(MICE)산업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가전전시회(CES), 스페인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스위스는 다보스포럼 등 각국이 저마다 ‘이름 있는’ 콘텐츠를 내걸고 마이스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내수 전용 행사나 해외 순회 행사와 같은 '이삭줍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정부도 마이스산업에서 사실상 손을 놨다. 올해 국내 마이스산업 예산이 고작 600억원 수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7일 미국 ‘이벤트산업위원회(Events Industry Council)’가 지난해 주요 50개국의 마이스산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즈니스 이벤트를 통한 직접 지출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약 2012조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1030만개에 달한다. 마이스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한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세계경제 불황에도 글로벌 마이스시장은 최근 10년간 50%나 성장한 ‘알짜배기’ 산업으로 꼽힌다. 마이스 참가자 1명의 평균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의 1.8배, 마이스산업의 고용창출 여력은 제조업의 2배, IT산업의 5배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마이스산업의 규모나 경제 유발효과를 판단할 지표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수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의 독창적인 마이스사업은 막대한 해외 방문객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행사 기획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마이스산업 육성에 반짝 관심을 가졌지만, 이후 열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올해 각 정부부처의 마이스산업 관련 예산을 모두 합치면 600억원 수준인데, 전체 예산의 0.01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해외 전시박람회 참여 같은 사업예산이 대부분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브랜드를 내건 마이스 개발이라는 중장기적 청사진이 없다보니 예산만 쏟는 ‘제자리걸음 산업정책’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마이스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단기적 성과를 위한 행사에 매달리는 과거 관습에서 벗어나 한국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비스 영역으로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국내 주요 산업과 융합을 통해 자체 행사를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마이스산업은 ‘서비스산업의 종합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투자, 관광, 인력(및 인력양성), 입지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정부는 중장기적인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하고, 민간이 나서 마이스산업을 일으키려 해도 규제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세션 1회의 현장. 한국은 지난 2010년 G20 행사를 개최하며 마이스 산업의 가능성을 봤지만, 이후 10년간 별다른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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