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외교장관, 파리서 징용판결 문제로 으르렁…정상회담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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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9-05-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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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일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이뤄질 걸로 기대했으나, 회담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강 장관은 이에 고노 외무상에 신중한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날카롭게 맞섰다.

강 장관은 이날 파리 시내 풀만호텔 세미나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먼저 "일본에서 레이와(令和) 시대가 개막했는데 이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대화의 운을 뗐다.

이 계기에 한일 관계도 현재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그는 "양국 간 어려운 일들이 있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를 슬기롭게 관리해나가면서 어떤 방향이 가능할지, 허심탄회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일한 관계의 어려운 문제들을 극복해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관계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간단히 인사말을 마치고서는 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오늘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 기업의 한국 대법원판결 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발언이 일한 관계를 대단히 어렵게 만든다는 인식을 공유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오늘 (회담을) 계기로 일한 관계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외교부는 회의 종료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강 장관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일본 측에 신중한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하고 "양 외교당국이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일본 측으로서도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의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 장관은 한국의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가 타당하다고 판정한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지만, 한일정상회담 관련 대화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남관표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신임 주일대사로 임명한데 이어 외교부 최고의 '일본통'으로 꼽히는 조세영 전 국립외교원장을 23일 외교부 1차관에 전격 기용했다. 

대사의 급을 높이고 일본을 잘 이해하는 인사를 파격 배치해 반전을 꾀하려하고 있지만, 한일관계 개선은 쉽사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2019.5.23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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