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방콕 공항면세점 입찰 ‘패기’…신라면세점 ‘불참’

태국 국영기업 ‘킹파워’ 독점에 도전장…호텔신라 “세계 3대 공항에 집중”

롯데면세점이 22일 태국 공항 면세점 입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점쳐졌던 신라면세점은 한발 물러섰다.

이날 호텔롯데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태국 방콕항공(Bangkok Airways·BA)과 손잡고 태국공항공사(AoT)가 추진하는 수완나품 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접수 마감은 이날까지이며, 31일에 발표된다. 운영기간은 2020년 9월부터 10년간이다.

태국 정부는 그동안 수완나품, 치앙마이, 핫야이, 푸껫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을 ‘패키지’로 묶어 단독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최근 불공정 논란이 일면서 수완나품 공항점을 떼어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독점사업권을 쥐고 있는 ‘킹파워 인터내셔날’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면세점 태국 시내면세점이 들어선 방콕 한류타운 인근 ‘쇼 디씨(Show DC)’ 쇼핑몰 전경. [사진=태국 쇼 디씨 쇼핑몰 홈페이지]

태국 현지에서 ‘킹파워’의 독점적 지위를 경계하는 분위기는 롯데면세점에게 호재다. 롯데면세점이 이번 진출에 성공하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던 태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항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사업자에게 인도장 운영 권한이 넘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태국 방콕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태국 국영기업 ‘킹파워 인터내셔날’의 독점체제로 인도장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수입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태국 사업이 본격화되면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 확대에도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은 롯데그룹 지주체제 전환의 마지막 퍼즐 ‘호텔롯데 IPO 상장’의 성패를 가르는 사업인 만큼 해외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철수에 따른 매출 감소분(약 8000억원)과 국내시장 점유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서 해외 사업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해외 사업 부문 확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JR듀티프리 오세아니아 지역 면세점 5곳을 인수해 올해 1월 오픈, 국내 8개 해외 12개 매장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1조2695억원)대비 10% 상승한 1조3964억원을 기록했다. 인천공항 매출이 포함된 전년동기 매출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킹파워의 영향력이 워낙 세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내년 해외 사업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베트남 다낭 시내면세점과 하노이 공항점 오픈에 이어 태국 공항 진출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킹파워의 독점적 지위가 다소 약화했다고 해도 여전히 국영기업이라는 입찰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라면세점 운영사인 호텔신라는 이번 입찰에 불참했다. 당분간 태국 푸껫에 합작사를 구성해 현재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에 집중할 방침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세계 3대 공항에 화장품·향수를 동시에 운영하는 유일 면세사업자라는 타이틀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의 태국 푸켓점 실내 전경 [사진=신라면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