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미•중 갈등, 무역에서 기술패권으로…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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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중국학
입력 2019-05-2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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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미•중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타결이 임박했다는 세간의 기대속에 진행된 5월 9일의 양국 협상은 결국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결렬되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0일 0시를 기해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한 수입관세 25% 부과를 시행하였다. 물론 이 관세는 중국에서 10일 이후 선적분에 대해 부과되므로 이 화물들이 미국에 도착하는 4주 후에나 적용되기 때문에 적어도 양측이 시간을 벌면서 긴박한 협상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었다.

그런데 중국이 13일, 미국 제품 600억 달러에 대해 최고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중국기업 화웨이 제품에 대한 사용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가 포함된 거래제한 기업명단을 공개했다. 이제 미국업체들은 화웨이 장비를 쓸 수 없으며 화웨이 역시 미국 업체들의 반도체 등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다.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은 크게 하락했고 오히려 기술패권 전쟁으로 전선이 본격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중 무역 협상은 기본적으로 두 부류의 조정 과정이다. 하나는 중국의 과도한 대미 무역흑자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기술 절취와 기술이전 강요 등 지적재산권과 연계된 구조적 문제다. 이의 해결을 위해 양국은 작년 3월 이후 이미 9차례에 걸친 무역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전자는 중국의 대미 수입확대로 보전하고, 후자는 중국의 법제화를 명문화하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해왔다.따라서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에 관한 중국의 대폭적인 양보와 일부 지적 재산권에 대한 법제화 논의를 근거로 일단 갈등을 봉합하는 낮는 수준의 타결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밝힌 협상결렬 이유를 보면 양국의 견해차는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법제화도 협상 과정에서의 논의 대상이었을 뿐 결코 약속 위반을 하지 않았으므로 미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오히려 미국이 무역협상 타결후에도 추가로 부과한 관세에 대한 철폐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미국산 제품 구매액도 당초 협의액과 다르며, 무엇보다 미국이 공평한 합의를 하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방의 주장을 합의문에 담은 것은 주권 침해 행위로 절대 수용불가라는 입장이다. 1년여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협상 이행의지에 대한 믿음이 없다. 중국은 미국이 스냅 백(Snapback) 조항을 유지하면서 지재권 보호에 대한 입법화 요구하는것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국가주도의 범죄로 인정하라는 패권적 행태라고 간주한다.

결국 양국간 무역협상 결렬과 장기화 조짐 그리고 5G를 둘러싼 기술패권 다틈으로의 확대는 양국간의 갈등이 결코 쉽게 마무리 되지 않을 것임을 웅변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잘못된 합의는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면서 대선 정국과 결부시켜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중국의 상황도 변했다는 점이다. 당초 미국의 예봉에 놀라면서 조속한 협상 타결을 원했던 중국이지만 추가 관세에 관한 일부 내성이 생겼고, 확대 재정정책을 통해 약 2조 1500억 위안의 재정투자와 2조위안에 달하는 기업 감세조치로 최근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웨이에 대한 제제는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의 어려움도 동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일단 버텨보자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통해 경제적으로 미국 위주의 국제무역 질서 재편을 시도하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와해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중국의 부상을 원초적으로 제어해 미국의 주도적 지위를 확고히 하면서 중국을 도전자의 반열에서 축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공세가 결코 통상 측면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며, 민주·자유·인권 등 보편가치 문제로 까지 확산될 것을 우려한다. 시진핑이 미국과 길고 험한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민족주의 정서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미•중 갈등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양국에 대외무역의 40%를 의존하는 한국에게 양국 갈등의 지속은 향후 경제적으로도 엄청남 부담을 안결 줄 수도 있다. 장기적 미•중 프레임 속의 줄서기 요구는 둘째치고 당장 화웨이 제품을 쓰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요구도 발등의 불이 될 수 있다. 양국 갈등을 이젠 상수(常數)로 보고 전략적 대비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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