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재춘 이사장 인터뷰
  • 탈북민들 생생한 증언 통해 북한 인권 실태 고발...국제사회 주목 이끌어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1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해결없이는 통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세구 기자 k39@aju]

#"함경북도 출신 여자가 2007년 중국에서 임신을 한 상태로 신의주시 보위부에 붙잡혀왔어요. 보위부에서 이 여자를 신의주시 안전부 병원에 데려가서 강제 낙태를 시켰어요. 저는 산모를 부축해야 해서 같이 따라가서 보게 된 거죠. 낙태시켜서 아이를 낳는다고 했는데, 막상 태어난 아이가 살아있었어요. 핏덩이 아기가 2시간 정도 우니까 보위부원이 아이를 식당바닥에다가 갖다 놓으라고 해서 갖다 뒀어요. 거기에는 크기가 고양이만 한 쥐들이 있고, 아주 더러웠는데 바닥에 아기를 두니까 쥐들이 피 냄새를 맡고 아이의 눈을 파먹었어요. 아기는 죽었고, 아기 시체는 보위부원이 비닐에 싸더니 태아에게서 약을 뽑는다며 병원에 줘버렸어요."(북한인권실태 고발 증언. 함경북도·여)

#"북한에 고난의 행군 시기가 있잖습니까. 남자들은 한창 배고플 시기죠. A가 친구랑 농촌에서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소를 잡아서 땅에 묻은 다음에 조금씩 집에 갖고 와서 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발각이 돼서 공개 총살 당했어요. 벌판에서 진행됐는데 차가 오고, 마이크를 설치하고 해서 요란스럽게도 죽였습니다. 뇌수가 다 터지고 눈알이 다 터져나오고 갔다 온 사람들은 다 토했습니다. 처음에는 총살이라고 안하고, 소 잡아먹은 걸로 재판한다고 모이라고 해서 갔는데 총살한 것입니다. 당사자들도 몰랐습니다."(함경북도·여)

#"B는 2013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일에 매음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됐어요. 전 세계가 그걸론 사형을 안할 거예요. 사형 당시, 억지로 모이라고 해서 봤는데 한 사람당 40발씩 20발짜리 자동보총으로 쐈어요. 한 사람당 20발씩 쏘니까 시체가 형태도 없어졌어요. 시체는 가마니에 싸서 묶는데 어디에 묻는지 가족들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아요."(양강도·남)

"'하나님은 왜 남쪽만의 하나님입니까' 눈을 감으면 그들의 절규 소리가 들려요. 세계의 물줄기가 평화와 인권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10년, 20년을 갈 수 없어요. 대한민국이 통일이 됐을 때 북한 동포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조금씩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나중에 북쪽 동포들이 '이렇게 힘들었을 때 도대체 남한은 뭘했냐'고 말할 때 후손들이 '우리도 이쪽에서 나름대로 애썼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최근 서울 중구 북한인권정보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춘 이사장(사진)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노예'라는 걸 전 세계에서 지적하고 있는데 왜 남한만 뒷짐지고 있냐"면서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35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이다. 북한 인권실태를 지적하는 그의 태도는 거침없었고, 발언은 단호했다. 그는 "(북한의 실태는) 참담하고, (우리 정부는) 무능하고, (한국인은) 남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외교관으로 사회생활 시작..."북한 외교관들 보며 인권에 관심"

이 이사장은 '풀뿌리 통일운동가'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68년 외무고시 1기로 외무부에 들어와 2003년까지 35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방글라데시 대사,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 외무부 제1차관보, 주 EU대사, 주 러시아 대사 등 주요 요직을 경험했다. 은퇴 후에는 외교관 경험을 살려 북한 인권실태를 전 세계에 고발하는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외교부에서 35년 이상 근무하면서 해외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밖에서 바라본 그들은 늘 감시에 시달리는 노예와 같았다"며 "그들로부터 들었던 북한 인권의 실상에 대한 경험이 북한 인권을 위해 일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한국에 망명할 당시 두 아들에게 '이제 노예에서 해방됐다'고 했는데, 이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라며 "북한은 김정은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노예처럼 살아가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이) 해외에서 공부한 젊은 지도자라는 점 때문에 일부에선 인권·복지 등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는 시각도 있는데 북한 권력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핵'과 '인권탄압'은 김정은 생존무기···국제사회 공론화 기여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Database Center For North Korean Human Rights)는 2003년 5월에 설립된 비정부 기구다. 주요 업무는 북한 인권에 관한 정보를 수집·축적해 기록하는 일이다. 수집된 기록물은 '북한인권백서' '북한종교백서' 등으로 발간돼 북한의 인권개선 및 피해자 보호 등에 활용된다. 축적된 자료들은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 실질적인 해결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NKDB는 북한인권 관련 실태를 살펴볼 수 있는 10만건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6만5000여건은 인권피해 사건자료, 3만8000여건은 인물에 관한 자료다. 약 20명의 연구원들이 하나원에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해 자료를 얻는다. 탈북민들의 기고문, 북한 재판소의 판결문, 북한에서 촬영된 동영상 등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다. 대한민국에서 북한인권과 관련된 거의 모든 자료를 수집·분석해 오고 있는 유일무이 한 시민단체다.

그는 "북한에는 '핵'과 '인권'이라는 2가지 문제가 있는데 이는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항상 같이 가는 운명 공동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은 정권 유지를 위해 핵도 가져야 하고 인권도 개선할 수가 없다"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포와 긴장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데, 대외적으로는 핵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인권탄압을 통해 (정권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집단처형, 인체실험, 강제노동 등 다양한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탈북자들의 처절한 증언은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2013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치하고, 이듬해 발표한 북한인권실태조사 보고서는 NKDB가 구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자료를 수집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에서 NKDB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한 곳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자료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참상을 고발하는 데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뿌듯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17일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해결없이는 통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세구 기자 k39@aju]


10년이 넘었지만 북한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보편적정례검토(UPR) 실무그룹은 정치범수용소, 강제노역, 성분제(신분제) 폐지, 종교의 자유화 등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262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해당 권고안을 낸 국가들이) 북한의 존엄을 모욕했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는 "매달 100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자유의 공기'를 마시고 있고, 이러한 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흘러가고 있다"면서 "김정은도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겉으로는 경제발전, 인민복지를 강조하고 뒤로는 인권탄압을 더욱 심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 없이 민간의 힘으로 17년 동안 활동하면서 애로사항도 많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 인권관련 조직을 축소하려는 압박이 계속되면서 관련 단체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애국심으로 일한다'는 연구원들에게 더 나은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자료의 디지털화도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2년 전 북한인권지원법이 시행될 때만 해도 정부가 애써주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련법도, 북한인권재단 설립도 올스톱 됐다"며 "모든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민단체들이 미국, 유럽 등 제3국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들쑤신다고 개선되지 않아...한·일관계, 미래로 가야"

이 이사장은 최근 냉각된 한·일관계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10년이상 근무하며 한·일관계 개선에 힘써온 그에게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불거진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 한·일 청구권 협정 후속 절차와 한국측 피해자들을 다독여 배상금 집행 업무를 담당했다. 

이 이사장은 "과거의 한·일 국교정상화는 단순히 배상·보상 차원이 아니고, 과거는 과거로 두고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나가겠다는 국가간의 약속"이었다며 "이를 뒤집는 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정권은 5년이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앞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일본에서 받았던 약 8억 달러의 보상은 당시 일본 외화보유고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대한민국은 54년 전 그 돈을 국가발전에 투자해 현재에 이르렀다"면서 "물론 피해자들에게 완전한 보상은 아니었다고 해도, 당시 정부로서는 최선의 노력이었고 지금 와서 그걸 민간이 청구하니까 정부는 빠져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한민국 국격에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힘이 닿는 순간까지 북한 인권 역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단 한명의 북한 사람이라도 '남쪽 누군가가 자신들의 처지와 아픔을 같이하면서 통일을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그걸로 된다"며 "역사박물관, 3·1운동 기념관처럼 북한 인권 70년사 기록관을 만들어 후손들이 역사를 기억하고 퇴행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재춘 이사장 프로필
△1940년 강원도 홍천 출생 △춘천고  △서울대 법학과 △제1회 외무고시 합격 △외무부 아주국 국장 △주 방글라데시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 대사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주 러시아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위원장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북한인권정보센터 산하 남북사회통합교육원 통일외교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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