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낙태도 금지" 美앨라배마 낙태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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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5-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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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낙태 행위 불법 규정한 초강력 법안

  • "여성 자기 결정권 부정"...찬반 논란 거세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의회가 사실상 모든 상황의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법안으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단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앨라배마 주 상원은 14일(현지시간) 임신 중인 여성과 태아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 등의 예외 상황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고 99년형에 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법안은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가 서명하면 6개월 후에 시행된다.

사실상 낙태 행위를 제한하는 초강력 법안이 통과되면서 미국 사회에는 낙태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법안에 반대했던 바비 싱글턴(앨라배마·민주당)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이 법안은 여성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번 법안이 1973년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인정한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로 대 웨이드 법안은 노마 매코비라는 한 임신부가 낙태금지법에 대해 제기했던 위헌 소송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여론이 분분한 상태다. 

이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관련해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도 지적되고 있다. USA투데이는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 35명 가운데 이번 법안에 찬성한 25명은 모두 공화당 소속 백인남성이었다"며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미국인 대부분의 신념에 벗어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6명 중 1명은 낙태가 전부 또는 대부분의 경우 합법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의원 3분의 1 이상도 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오하이오 주와 켄터키·조지아·미시시피 주 등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을 확인할 수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줄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앨라배마 주의 강력한 법안이 나오면서 미국 사회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지난 1월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법원 앞에서 낙태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15일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낙태 행위를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찬반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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