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승자의 저주’ 피하려다 기회 놓친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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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9-05-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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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가 결국 사모펀드의 품으로 넘어가게 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3일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당초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보였고, 막판에는 우리금융이 MBK파트너스의 손을 잡고 합세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업계의 관심은 하나금융이냐 우리금융이냐였지만 최종적으로 한앤컴퍼니가 이겼다.

이번 매각에서 카드업계 간 치열한 경쟁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이번 입찰 과정에서 무리하게 가격 베팅을 하지 않았다. 경쟁에서 이기고도 과도한 비용이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경쟁사에 회사를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두 금융사는 승자의 저주를 피했지만 동시에 기회도 놓쳤다. 카드업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에는 롯데카드가 절실했을 것이다. 카드업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비은행 부문에서는 수익성이 가장 좋다. 업계 하위권인 하나카드와 우리카드의 시장 점유율이 단번에 높아질 수도 있었다.

카드업계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카드가 금융사로 인수되면 경쟁사가 하나 줄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중하위권 카드사들의 인수·합병으로 중대형 카드사가 탄생할 거란 전망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또 한앤컴퍼니가 결국에는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 텐데 향후 인수할 기업으로서는 기회비용만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간 건전한 경쟁은 중요하다. 한정된 파이 속에서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 카드업계의 숙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만 할 수는 없다. 2006년 신한금융지주는 업계 1위 엘지카드를 높은 가격에 샀지만 이후 업계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 경쟁이 아닌 협력에서 나온다.
 

[사진=장은영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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