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문시계 ‘혼개통헌의’ 보물 지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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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04-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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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산무진도 등 6건도

[문화재청]

조선시대 천문시계 ‘혼개통헌의’가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천체 관측 기구인 혼개통헌의,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등 고려~조선 시대 회화와 불상, 초기 철기 시대 거푸집과 청동거울, 통일신라 시대 도기 등 총 7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혼개통헌의는 해시계와 별시계를 하나의 원판형 의기(천체의 운동을 관측하는 기구)에 통합해 표현한 천문 관측 도구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제작 사례다. 중국을 통해 전래된 서양의 천문시계인 아스트롤라베를 실학자 유금(1741~1788)이 조선식으로 해석해 1787년(정조 11년)에 만든 과학 기구로 1930년대 일본인 토기야가 대구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한 것을 2007년 고 전상운 교수의 노력으로 국내에 환수된 문화재다.

혼개통헌의는 별의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는 원반형의 모체판과 별의 관측지점을 알려주는 여러 모양의 침을 가진 T자 모양의 성좌판으로 구성됐다. 모체판 앞뒷면에 걸쳐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선생을 위해 만들다’라는 명문과 ‘유씨금’이라는 인장이 새겨져 있어 유금이 약암이라는 호를 쓴 윤선생(실명 미상)을 위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밤 시간에 특정한 별을 관찰하는 ‘규형’, 별의 고도(위치)를 확인하는 ‘정시척’도 함께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모체판과 성좌판만 남아 있다.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는 18세기 후반~19세기 초 궁중화원으로 이름을 떨친 이인문(1745~1821)이 그린 것으로 길이 8.5m에 달하는 긴 두루마리 형식이다. 이 그림은 이인문의 그림 중 처음 보물 지정이 예고된 작품으로, 조선 말기 학자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소장했던 것이다. 그림은 웅장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렸다.

신편유취대동시림 권9~11, 31~39는 총 70권 중 권9~11 및 권31~30에 해당하는 책으로, 1542년(중종 37) 경에 쓰인 금속활자인 병자자로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판본이다. 신편유취대동시림은 조선 중종 연간의 문신인 유희령(1480~1552)이 고대로부터 당시까지의 우리나라 문인들의 시를 모은 70권의 시선집으로 기존에 간행된 시문집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기적으로는 고대로부터 당대까지 왕실, 여성, 승려, 귀화인 등의 작품을 망라했다. 현재까지 동일 판본이 확인되지 않은 유일본으로 1516년(종종 11, 병자년)에 중국 명나라 때 간행된 자치통감을 바탕으로 해 조선 전기 금속활자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은 고려 말~조선 초에 유행한 두건을 쓴 지장보살좌상로 온화한 표정과 불룩한 입술, 치마를 묶은 띠 매듭 등이 고려 말기 조각 양식을 반영했다. 이 지장보살좌상은 균형 잡힌 비례와 띠로 묶어 주름잡은 섬세한 두건의 표현 등이 조형적으로 우수해 여말 선초의 지장 신앙과 지장도상 연구에 귀중한 사례로 꼽힌다. 이 시기 금동과 목조로 제작된 지장보살상은 몇 점이 전하고 있으나, 석조로 제작된 지장보살 중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한 사례는 참당암 지장보살좌상이 거의 유일하다.

완주 갈동 출토 동검동과 거푸집은 갈동 1호 토광묘에서 출토된 거푸집(용범) 2점으로, 한 점은 한쪽 면에만 세형동검의 거푸집을 새겼고, 다른 한 점은 동검(칼)과 동과(창)가 각각 양면에 새겨져 있다. 초기 철기 시대 호남 지역의 청동기 제작 문화를 알려주는 유물로 고분의 편년과 거푸집에 새겨진 세형동검의 형식 등으로 볼 때, 기원전 2세기경에 실제로 사용된 후 무덤에 매장된 청동기 제작용 거푸집으로 분석된다.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 일괄은 초기 철기 시대인 기원전 2세기경에 사용된 2점의 청동제 거울로, 정식 발굴조사에 의해 출토된 보기 드문 사례다. 전라북도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에 자리한 갈동 5호와 7호 토광묘에서 각각 한 점씩 출토됐다.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출토된 정문경은 약 60점으로 그 중 ‘전 논산 정문경’은 국보 제141호로 지정돼 있고, 화순 대곡리에서 나온 정문경은 함께 출토된 팔주령, 쌍주령 등과 함께 국보 제143로 ‘화순 대곡리 청동기 일괄’로 지정돼 있다. 완주 갈동 5호 토광묘와 7호 토광묘에서 출토된 정문경 2점은 전 논산 정문경이나 화순 대곡리 정문경보다 늦은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문양이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 일괄은 통일신라 8세기 제작된 것으로, 대호와 소호 총 2점으로 구성돼 있다. 대호와 소호는 제작 당시 외호와 내호의 용도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는지 불분명하나 유사한 형태와 문양, 제작기법을 보여주고 있어 같은 공방과 장인에 의해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뻐항아리(골호) 계열의 통일신라 연유도기 항아리 중 가장 크고 문양소재가 화려하며, 통일신라 시대 연유도기의 제작과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구연부와 바닥굽 등 일부 파손으로 인해 후대에 보수를 거쳤으나 동시기 도기와 비교할 때 조형적‧기술적 측면에서 독보적이고, 예술적 가치와 희소성 측면에서도 8세기 통일신라 도기를 대표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 예고한 혼개통헌의 등 총 7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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