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요지부동 물가, 흔들리는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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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9-04-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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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목표치 밑도는 물가에 골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려운 선택 앞에 섰다. 성장지표는 좋은데 물가지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연준이 추구하는 2개의 정책 목표 가운데 완전고용은 사실상 달성했지만, 물가안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연율 3.2%로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물가상승률은 수년째 목표치(2%)를 밑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이번주(4월 30일~5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연준 내부에서 이 때문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연준 내부는 다음 행보를 둘러싸고 매우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후반에는 다시 금리인상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움직이지 않는 물가에 불안해 하는 위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근 들어 연준 관리들의 입에서 '금리인하'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예상치를 넘어선 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이션 지수의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1분기 성장률과 함께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연율로 0.6%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1.5%의 절반도 안 된다. 연준이 물가 척도로 삼는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도 1.3%에 불과했다. 보통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건 수요 약세 신호로 읽혀 중앙은행의 통화부양, 즉 금리인하 의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이 1.5% 전후에 머무르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인하가 항상 '경기침체'와 연관이 된 것은 아니라면서 연준이 1995년과 1998년에 단행한 "보험용 인하(insurance cuts)"를 언급했다. 저물가 뒤에 밀어닥칠 경기침체에 앞서 예방적 조치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ING를 비롯한 대형 금융업체들도 경제성장과 고용시장 개선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연준이 금리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성장률·고용 모두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마이클 개팬 바클레이스캐피털 미국 리서치 담당 헤드는 CNN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성장이 강하고, 노동시장이 탄탄한 데 이러한 논의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스티븐 갤러거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보고서에서 FOMC에서 연준은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갤러거는 연준이 물가를 금리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물가가 현수준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빌 잉글리시 미국 예일대 교수는 FT에 연준이 당장은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지만 하반기까지 물가가 움직이지 않고 성장률까지 낮아질 경우 한두차례 완화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개적인 금리인하 요구가 연준의 결정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시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 관리들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 판단이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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