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개혁'으로 승리한 조코위…"경제만이 돌파구"

윤은숙 기자입력 : 2019-04-24 08:16
이슬람 주류 압력에 동성애 인권보장 등에선 크게 후퇴 도로 기반시설 확충 등은 호평받아…무역적자폭 줄여야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사실상 재임에 성공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인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본인과 부통령 후보 마룹 아민 울레마협의회(MUI) 의장이 공식 선거결과 발표 전에 실시해 공개하는 12개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표본개표(quick count) 결과에서 54.5%를 득표했다고 밝힌 것이다. 표본개표는 일반적으로 대선 결과와 일치한다.

야권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와 러닝메이트 산디아가 우노 전 자카르타 부지사는 45.5%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보워 후보는 반발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안팎에서는 조코위의 재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뽑힌 대통령은 오는 10월 20일 취임하게 된다.

◆"2014년의 위도도는 없다"…빛바랜 희망

2014년 조코위 대통령의 당선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빈민가에서 자라 정치인으로 성장한 그가 인도네시아 최초의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외모와 정치적 약속으로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인권 향상과 부패 척결까지 약속하면서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30년이 넘는 수하르토 군부독재에 지쳤던 국민들은 위도도의 신선한 정치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서민 출신이자 비(非)엘리트·군벌 출신인 위도도 후보는 당시만해도 기득권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5년이 지난 2019년 국민들은 다시 한번 위도도를 택했다. 그러나 2014년과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도도 대통령이 지나치게 보수화했다는 지적이다. CNN은 "전문가들과 지지자들은 위도도가 인권 문제에 있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놓지 못했으며,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다원주의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무슬림(이슬람 교도) 유권자들을 의식한 러닝메이트 선정은 위도도의 '변질'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로 꼽힌다. 2014년만 해도 종교의 자유를 외치던 위도도였지만, 강경파 이슬람 지도자인 마룹 아민 울레마협의회(MUI) 의장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MUI는 인도네시아의 63개 무슬림 기관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원로 이슬람법학자 평의회다. 게다가 아민 의장은 종교적 자유 억압과 동성애자의 권리 반대를 주장한다. 중국계 기독교인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전 자카르타 주지사에게 신성모독 혐의를 씌우면서 수천명의 무슬림들이 시위에 나서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위도도 대통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자신의 최측근 중 한명이었던 푸르나마 전 주지사를 감옥에 보낸 인물에게 손을 내민 셈이다. 

동남아 프로젝트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벤 블랜드 이사는 CNN에 "조코위 대통령은 지금까지 주류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해왔으며, 지금 현재 조코위는 이전과는 매우 다른 인물이다"라며 "조코위가 재임하는 동안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근본주의로 치닫는 이슬람 세력이 사회갈등을 더 심화시키지 않도록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성공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확대 박차 가할 듯 

인권과 종교의 자유 부문에서는 박한 점수를 받은 조코위 대통령이지만, 경제 부문에서는 친시장 정책을 펼치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된 날 인도네시아 화폐인 루피아는 강세를 띠었으며, 주식시장도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빈민들의 교육과 보건 수준 향상 등 사회보장 프로그램 개선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도네시아 경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기반시설 확충에 속도를 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극심한 교통정체에 시달렸던 수도 자카르타에는 4월부터 국내 최초의 지하철이 운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도시화가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코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건설된 고속도로의 길이만도 3400㎞에 달하며 950㎞에 달하는 유로도로도 만들어졌다. 새로 들어선 공항과 항만이 각각 10개와 19개에 달한다. 댐도 무려 17개를 새로 건설했다. 막대한 토목공사가 실시되면서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도 약 1000만개에 이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014년 목표로 내걸었던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지 못한 채 성장률이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5.3~5.6%에 불과하다. 국제유가 상승과 무역전쟁 등의 악재가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들도 임시직이나 저임금직일 뿐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떠받치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라고 야당은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코위 대통령은 재정지출 확대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23일 각료 회의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요청했다. 블룸버그는 "재임을 앞둔 조코위 대통령은 투자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수출 확대를 예산 배분 우선순위로 삼았다"면서 "첫 임기의 핵심 정책들이었던 기반시설 확충과 인재 양성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각료 회의에서 “우리는 분명하고 실천적인 로드맵을 만들기를 원한다"며 기반시설 추가 확충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수출을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불어난 무역적자는 현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수출이 줄면서 인도네시아는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85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해 수출은 전년 대비 6.65% 증가한 1800억6000만 달러로 증가폭이 정부 예상치인 7.5%를 밑돌았다. 반면 수입은 188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15% 늘어났다. 국내 산업이 활발해졌기 때문에 수입이 급증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무역적자의 급증은 조코위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금리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중 하나인 만큼 적절한 환율정책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이은 금리인상은 인도네시아의 무역적자폭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화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무려 6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인도네시아 대선에 출마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가운데) 현 대통령이 지난 18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러닝메이트 마룹 아민(오른쪽)과 함께 기자회견하고 있다. 그는 12개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표본개표(quick count) 결과를 인용해 "나와 부통령 후보 아민 울레마협의회(MUI) 의장이 54.5%를 득표했다"면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사진=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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