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만나는 김정은-푸틴…'캐미' 돋는 북·러 외교史

한지연 기자입력 : 2019-04-23 12:25
북러 71년 수교의 역사…'김정은 시대' 출범 후 대러 관계 주춤 무역 교류액·경제 협력 주춤…北, '하노이 선언' 결렬 후 러시아에 노골적 접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곧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한 뒤 약 8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만남입니다.

이와 동시에 김일성 부자를 만난 경험이 있는 푸틴 대통령이 3대인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 만나는 자리기도 합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김정은 시대’를 연 이후 북·중관계를 강화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강조해 온 선대와 달리 대중 관계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외교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1948년 10월12일 첫 외교관계를 수립해 지난해 10월 수교 70주년을 맞았습니다.

북측은 모스크바 대사관,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등 러시아 2곳에 공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주러 대사는 2014년 8월, 조석철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지난 2017년 5월 임명돼 김정은 위원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평양과 청진에 각각 공관을 설치했습니다. 동아시아 및 북한 전문가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대사가 2015년 3월부터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마체고라 대사 부임 후 북·러 밀월관계와 경제협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AP·연합뉴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는 1949년 3월 경제 및 문화적 협조 협정을 시작으로 상호 원조, 군사원조, 무역확대, 기술협조, 대러 채무탕감 협정, 범죄인 인도조약, 전력분야 협정, 불법 입국 및 체류자 상호 송환 협정 등 다양한 공동 조약을 맺고 있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러시아와 13차례(공식 9차례, 비공식 4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차례(방러 3회, 방북 1회) 등 총 17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펼쳤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경우 1949년 3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회동한 것을 시작으로 총 9차례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비공식 회담도 4차례나 추가로 진행됐습니다.

비교적 왕성하던 대러 관계는 김정일 위원장 때 다소 주춤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7월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푸틴 단독회담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북·러 공동선언, 2002년과 2011년에는 각각 블라디보스토크, 울란우데에서 김정일-푸틴 담화, 김정일-메드베데프 단독 및 확대회담 등 4차례 회담을 열었습니다.

3대 권력세습을 이은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선언'이 결렬된 시점인 지난 3월부터 노골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선 블라디보스토크의 루키 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오는 24∼25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극동연방대는 푸틴 대통령이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만든 지역의 대표적 교육 시설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몇 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계기로 이 장소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장 유력한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S동[사진=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경제교역 규모도 축소되고 있습니다. 북·러 교역액은 2015년 8280만 달러에서 2016년 7680만 달러, 2017년 7790만 달러로 하향세를 보이다 2018년 3405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무려 56.3% 줄어든 수치입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북·러가 합작해 진행중인 나진, 하산 물류사업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또 러시아에 체류한 북한 노동자 수도 급감했습니다. 러시아가 지난 3월 발표한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보면 북한 노동자 수는 기존 3만23명에서 1만1490여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때문에 이달 초 러시아 하원 대표단이 방북했을 때 북한은 노동자들의 잔류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러시아와 경제협력 확대 방안과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잔류 허가 연장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8년만의 만남이 북·러 관계의 '균열'을 봉합하고 '경제공동체'로 재출발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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