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사고만 폐지하면 교육 공공성이 강화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상민 기자
입력 2019-04-16 14:3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윤상민 기자]

제2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태가 우려됐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평가 거부사태가 일단락됐다. 서울 소재 13개 자사고가 지난 5일 교육청에 평가보고서 제출을 완료한 것이다.

한유총은 지난 3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회계감사는 받지 않겠다며 유치원들의 개학 연기를 선언한 바 있다. 교육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은 교육청으로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교육 공공성 강화’를 외쳐온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금방이라도 칼자루를 휘두를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난 11일 변수가 생겼다. 헌법재판소가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선발은 ‘합헌’으로,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은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부터다.

헌재 판결은 교육부의 2017년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통한 자사고 폐지와 완전히 상반된다. 2017년 정책과 2019년 판결이 엇박자를 내는 속에서 드는 의문점 하나. 자사고만 폐지하면 정말 ‘교육 공공성’이 강화될까?

자사고는 건학이념에 따라 자유롭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2008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왔다. 하지만 현재 대대수 자사고는 자율수업시수 대부분을 입시교육에 투입해 입시 명문고가 됐으며, 일반고보다 입시전형을 먼저 시행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고 있다.

현재 국제고, 과학고, 외고, 영재고, 자사고 등 학생들은 학교 설립목적과는 상관없이 의대나 법대, 취업이 잘되는 대학에 진학한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사다리를 통한 성공 기준은 이뿐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공공재’라는 전제 하에서 나온 개념이 교육 공공성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서열화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공적 정책과 시장의 사적 욕망은 늘 충돌해왔다. 평등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이라는 오래된 담론의 또 다른 형태인 셈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자사고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각에선 절반 이상 자사고가 탈락할 것이다,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다, 영재고 경쟁률이 올랐다더라 등의 말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추후 여러 형태의 고등학교를 만든다고 해도 이 학교들은 결국 다양한 ‘입시기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 지금처럼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