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버거킹·돌체앤가바나 광고 속 '젓가락' 왜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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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04-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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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미국 등 非아시아 국가, 아시아 '젓가락' 역사에 대한 이해 부족해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버거킹은 신제품 ‘베트남 스위트 칠리 텐더크 리스프’ 광고에서 젊은 남녀가 커다란 젓가락을 사용해 힘겹게 햄버거를 집어 먹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 광고는 버거킹 뉴질랜드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11일 베트남 국영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 영문판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뉴질랜드 버거킹 광고 인종차별에 분노하며 버거킹 불매운동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거킹 신제품 명칭에 ‘베트남’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베트남 소비자들은 자신들을 향한 인종차별이라고 해석했다.

베트남의 한 누리꾼은 “젓가락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도 사용된다. 젓가락은 단순히 식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친숙하고, 아름답고, 소박한 문화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의 젓가락 사용 인종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한 동양인 여성이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제작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논란이 된 영상을 중국 상하이(上海) 패션쇼 광고 영상이었다. 이로 인해 중국 전역에는 돌체앤가바나의 ‘중국인 인종차별’ 논란이 퍼져 ‘애국주의’까지 등장했다. 중국 유명 연예인들은 패션쇼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고, 결국 패션쇼는 취소됐다.
 

돌체앤가바나(왼쪽)와 버거킹 '젓가락' 아시아인 인종차별 논란의 광고.[사진=돌체앤가바나 유튜브, 버거킹 인스타그램 캡처]


◆ '젓가락' 왜 인종차별 논란 도구로 사용됐나

이처럼 유럽, 미국 등에서 ‘젓가락’ 관련 콘텐츠가 아시아인 인종차별로 이어지는 이유는 이들이 아시아 국가의 젓가락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포크 대신 사용하는 젓가락은 약 5000년 전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아시아 사회에서는 요리에 사용하는 연료가 매우 귀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식을 더 빨리 익히기 위해서 음식 재료들을 잘게 잘라서 요리했다. 그 과정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잔가지 1~2개를 이용하면 이 작은 음식 조각을 쉽게 집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것이 '젓가락'으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국, 한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의 ‘쌀밥 문화권’에서는 젓가락을 일찍부터 받아들였다. 즉 젓가락은 단순 식사도구가 아닌 경제, 식습관 등 아시아 국가의 역사를 담은 ‘문물’인 것이다.

한편 버거킹 본사는 문제된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버거킹 측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지 못했다. 뉴질랜드 지점에 해당 광고를 즉시 삭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거킹 측의 이런 조치에도 아시아 소비자들의 분노는 여전한 상태. 일각에서는 버거킹의 사과가 현재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돌체앤가바나의 논란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또 ‘젓가락’을 이용한 인종차별 광고가 등장했다는 것을 꼬집으며 “유럽, 미국 등 비(非)아시아권 기업들이 매출 감소 등을 우려해 사과할 뿐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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