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한미정상회담, 트럼프와 '맞대결식' 접근은 백전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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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19-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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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는 ‘빅딜’외에는 관심이 없다

 

[주재우 교수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력이 심상치 않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의 외교가 그가 공언한 대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결실을 일궈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외교는 현재로서 백전백승을 거듭할 양상이다. 파리기후협약과 북핵문제에서부터 해외동맹국의 방위비와 해외무역의 불균형한 구조까지 미국의 국익에 불공정하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안을 바로잡겠다는 그의 의지가 현실 국제정치에 모두 관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회담의 개최를 위한 중재안, 즉 ‘굿 이너프 딜’은 거부당할 것이다. 왜냐면 이미 우리의 외교부장관, 국가안보실 차장과 국방장관 등이 회담준비로 미국을 사전 방문했지만 아무런 의견 조율을 달성하지 못한 정황 때문이다.

한때 트럼프의 외교력은 많은 의구심을 받았다. 대선 유세 때부터 취임 첫해까지 세계는 그의 외교력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다. 왜냐면 그의 외교적 신념과 관념은 역대 대통령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2016년 3월과 4월 뉴욕타임스와 미국이익센터에서 각각 가진 인터뷰와 연설에서 처음으로 밝힌 그의 외교전략 구상은 투박하고 호전적이고 강한 자기중심적 사고와 자기 집착증에 자기 편집증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나타난 그의 돌출 언행과 변화무쌍할 정도의 입장과 태도의 번복으로 그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종잡기가 어려웠다. 그의 언행으로 나타난 외교 전략의 구상은 도무지 신뢰성과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트럼프의 돌발 행동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됐던 사건에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11월 대통령 당선 직후 그가 대만 총통에게 전화한 사건은 그의 고백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간과한 점은 ‘하나의 중국’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그의 평소 신념을 실천한 첫 사례였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그는 북한과 관련 2017년 내내 북한제재를 강화하고 수차례의 군사적 위협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1999년부터 밝힌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를 같이 먹으며 대화하겠다’는 소신 또한 입버릇처럼 떠들었다. 트럼프의 대북 위협은 2017년 그의 첫 UN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칭하며 불가피한 선택을 강압받으면 북한을 ‘완전 소멸’시킬 것이라며 절정에 달했다. 역사는 그러나 이제 그를 김정은을 두 번 만난 첫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한다.

오늘날 미국 외교의 현실은 트럼프의 외교 신념이 실제로 현실 국제정치에 관철되고 있다. 즉, 국제관계에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고’, 과거 역대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미국 우선주의’ 공약의 완전한 실천이다. 그의 선공은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환태평양경제협력(TPP) 탈퇴로 시작됐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이어졌다.

2017년 4월 시진핑 주석과의 첫 만남에서는 중국의 불공정한 대미 무역 거래 방식을 바로잡기 위한 관세전쟁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월에는 미국에게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파리기후변화합의서의 탈퇴를 선언했다. 10월에는 러시아와 중국 및 북한 등이 준수하지 않는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INF)’이 미국의 안보이익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평가하고 이의 파기를 선언하고 지난 2월에 정식 탈퇴했다.

3월 15일 러시아 스캔들에서 공모혐의가 없음으로 결론나자 트럼프는 즉각 멕시코 국경에 불법이민의 유입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을 실행에 옮겼다. 미 의회의 반대에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사상 최장 기간(35일)의 연방정부 셧다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지만 그의 신념을 꺾지 못했다. 3월 말 미 의회가 장벽건설의 추정 비용 150억 달러 중 17억 달러를 승인하자 트럼프는 국방부, 재무부 등의 예산 80억 달러를 우선 전용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의 거침없는 외교행보에는 동맹국도 없고 우의도 없다. 이런 그에게 미국이 동맹국과 우방국의 안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은 설득력이 없다. 트럼프는 이들 국가 대부분이 미국 ‘덕’에 상당한 경제력을 갖췄고 감사의 도리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논리가 지난 70년 동안 미국의 해외 국가전략이익 수호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를 경제이익계산의 관점에서 산술하는 그에게 미국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동맹구조는 비정상적이다. 그에게 미국의 해외 동맹 유지의 당위성, 미군의 해외주둔의 필요성과 군사적 억지력의 개념은 경제적으로 비합리적(non-sense)이었다.

트럼프의 논리적 근거는 아주 간단했다. 세계 최고의 경영인답게 그의 셈법은 철저히 비즈니스적이었다. 가성비와 경제적 효과의 관점에서 모든 외교 정책과 전략의 당위성, 합리성과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외교의 경제적 논리는 한·미동맹분담금의 협상 시기를 매 5년에서 매년으로 조정하고 한국 측의 부담비용을 8.2% 인상시킨 결과에서 그 실효를 입증했다. 그는 우리의 부담금을 사상 처음 1조원을 넘기는 쾌거(?)를 올렸다. 나토(NATO)회원국과는 각국의 분담금을 국내총생산량(GDP)의 2%로 2024년까지 인상하는 데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트럼프의 외교는 파죽지세로 원하는 바를 모두 관철시켜 나가고 있다. 그만의 전략이 미국의 힘(국력)과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그는 미국의 힘으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의 트럼프 타워 회사가 어느 누구와 상대해도 이겼던 성공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해관계의 논리로 그를 설득하기 어렵다.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우리만의 북한해법을 제공하는 ‘맞대결 식’의 접근법은 성공할 수 없다. 북·미회담의 개최를 위한 북·미 의제를 가지고 트럼프와 흥정하려면 백전백패다. 이는 이미 우리 외교당국의 사전 미국 방문의 결과에서 암시됐다. 그는 ‘빅딜’ 외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우회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를 설득시킬 수 있는 절충안을 번외에서, 즉 제3국, 제3의 지역, 제3의 이슈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서 그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이며 이에 우리는 그가 생각하는 미국의 국익을 어떻게 더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남북과 북·미관계에 모든 사고와 시야가 함몰되어 스스로를 결박하는 자승자박의 형국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한·미정상, '한-미 FTA 정상 공동성명' 서명 후 악수 (뉴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9월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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