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스페셜 칼럼] 北 4차 산업혁명 특구 조성해 남북경협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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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
입력 2019-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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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블록체인, 코딩, AI 등 ICT 세계 최고 수준

  • 북한 ICT 협력하려면 수준 파악 선행돼야 한다

 

[문형남 교수]

북한이 오는 4월 평양에서 블록체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 조선친선협회(KFA)는 2019년 4월 18일부터 25일까지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평양 블록체인 & 암호화폐 콘퍼런스’라고 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관광도 할 외국인을 모집 중인데, 한국인의 참여는 불가하다.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남북 협력이 유망한 분야인데 아쉽다. 이 행사는 당초 지난해 10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 주장에 의하면 참가자들이 많아지면서 더 넓은 장소를 섭외하고, 참가 신청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행사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정보통신기술(ICT) 첨단 분야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 국제회의가 열린다고 하여 관련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블록체인 국제회의와 관광을 연계하여 외국인 참가자들을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으면서 한국인의 참여는 불허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 당국은 한국인 블록체인 관련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이 참여하여 기술과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한다.

북한은 유치원 때부터 IT수재를 발굴해서 키우는 IT 인력 양성이 잘 되고 있다. 그래서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에 재학중인 IT수재들은 세계 코딩대회를 휩쓸고 있다. 국제인터넷프로그래밍대회인 코드셰프(CODECHEF) 대회에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여러 차례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IT교육이 높은 수준인 북한 김일성대와 김책공대 학생들은 2013년부터 코드셰프라는 국제적인 코딩 경연대회에 참가해 그동안 20차례 이상 우승했다.

코드셰프는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회사인 다이렉트아이(Directi)가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이며, 세계프로그래밍대회와 이벤트를 주최하는 세계적인 프로그램 커뮤니티이다. 코드셰프 코딩 경연대회는 매월 진행되며, 240시간(10일) 동안 제시된 10개 문제를 풀이한 결과의 정확성 정도를 평가해 승부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대회에는 70~100여개 나라 7000~1만2000여명이 참가해 치러지는 세계적 권위의 코딩대회다. 이 대회 웹사이트에 가면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데, 북한 학생 다수가 상위권에 계속 올라있다. 반면 한국 학생은 상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IT 교수와 학생들은 분발하여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 과학자들은 지난해 12월 전세계에서 의학·생물학 전문가 200여 팀이 참가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한 종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표하는 일이 드문 북한 과학자들이 대회에 출전하고, 분야 1위까지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12월 1~4일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제13차 단백질 구조예측기술 평가대회(CASP 13)’에 출전해 한 분야에서 50여개 팀을 이기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단백질 구조 예측 AI가 세계 수준급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CASP는 생체 안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하는 기술을 겨루는 국제대회로, 1994년부터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 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필자 연구팀이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북한은 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야 개발을 수년 전부터 하고 있고, 그 수준이 국내기업이나 국제적인 수준에 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특히 인식 분야 기술이 우수하다. 한글 자동인식 프로그램의 인식률은 95%로 높은 수준이며, AI를 이용한 장기 게임(조선장기)과 바둑(은바둑) 프로그램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IT기업 B사는 컴퓨터시각과 기계시각, AI, 클라우드 연산 네트워크, 매몰형 기술 분야 등에 박사 11명과 석사 52명 등을 포함해서 100여명의 인력이 첨단 분야 국제적인 수준의 소프트웨어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회사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필자는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유망 분야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남북의 4차 산업혁명 분야 공동 대응을 위해 ‘남북 4차 산업혁명 협력 특구’ 추진에 대해 연구했으며, 협력 분야와 추진 지역을 제시했다.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인공지능 등 지능화 인프라 부문은 신의주의 국제경제지대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자율주행차와 드론(무인기) 등 스마트 이동체 부문은 원산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율주행차와 드론을 통해 해안도로를 이용한 관광 산업과도 연계할 수 있다. 맞춤형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가상·증강현실, 지능형 로봇 등 융합서비스 부문은 평양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능형 반도체, 첨단소재, 혁신 신약,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기반 부문은 개성공단에 위치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남북 및 북미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사건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해야 한다. 손쉽게 통일을 바라기보다는 경제 교류 협력에 대비해서 ICT 분야 북한의 수준을 파악하고 남북 4차 산업혁명 또는 ICT 협력 특구 설치 등에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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