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철회했는데...포스트 하노이에 'FBI 침입설' 재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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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3-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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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BI 접촉 의혹"...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 새국면

지난달 발생했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과 관련, 미국 정보당국과의 연루설이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도 대북제재 철회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한 상황에서 이번 연루설이 악재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페인, FBI 연루 가능성 제기...자유조선 "우리 소행"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고등법원은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은 10명으로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의 국적자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미국 정보당국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지 당국은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이름의 멕시코 국적 미국 거주자가 사건 발생 며칠 후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접촉, 관련 정보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인 엘 파이스도 침입자 10명 중 최소 2명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닷새 전인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강도와 납치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공관 직원들을 결박한 뒤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스페인 당국은 국가정보국(CNI) 등 정보기관을 통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다만 반(反)북한단체인 '자유조선'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FBI와의 접촉 사실을 주장하고 있어 사실 여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조선 측은 "이번 일은 습격(attack)이 아닌 대사관의 초대를 받은 것"이라며 "FBI와 비밀 유지를 상호 협의한 뒤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유조선은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이후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라며 "이달 들어 이름을 기존 '천리마민방위'에서 '자유조선'으로 개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직원이 기자들을 향해 사진을 찍지 말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대화 의지 보인 미국...다된 북미 대화에 재뿌리나 

자유조선의 이러한 입장은 사실상 FBI나 CIA 등 미국 정보당국과의 접촉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지만 미국 정부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스페인 당국의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관련 사항은 스페인 당국에 문의하라"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연루 여부와 상관 없이 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 주재하는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통치권이 미치는 북한 영내인 데다,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이 북한 비핵화의 주요 기점으로 꼽혔던 2차 북·미 회담을 불과 닷새 앞둔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모드'에 제동이 걸릴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재무부가 추가 대북제재 명단을 발표했지만 (내가)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가 북한과의 불법 해상 거래 등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다롄 하이보 국제 화물·랴오닝 단싱 국제운송)을 제재명단에 올린 데 대해 하루 만에 반대 입장을 취한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치 애틀랜틱은 26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미국 행정부 내 엇박자를 표면화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회담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추가 회담을 거부한 상황에서 2차 북·미 회담 이후 처음 단행된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불러 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선(先)비핵화·후(後)제재완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북 정책을 두고 내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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