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불 당긴 김상교, "공권력이 막고 있다 생각했다"(종합)

19일 피고소인 신분 경찰 출석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불씨를 당긴 집단폭행 사건 신고자 김상교씨(28)가 19일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해 11월 24일 클럽 버닝썬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김씨의 폭로는 승리·정준영 등 연예인 성추문과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등으로 확산됐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경찰 조사를 위해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짙은 남색 계열 코트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김씨는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는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지난해 11월 24일 버닝썬 폭행 사건 이후 버닝썬 이사와 경찰 분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많은 피해자와 제보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건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길이 될 것 같았지만 하루하루 절규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이른바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씨가 19일 오전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씨는 '집단폭행에 가담한 인물 중 '버닝썬 VIP'로 의심되는 인물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에) 밝혀달라고 말씀을 드렸다"며 "저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17일 김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가가 막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사건 당시) 공권력이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저는 폭행 피해자였고 국가 공공기관의 보호를 받기 위해 112에 신고했고 도움을 받으려 했는데 단순하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저 말고 유사한 피해자가 많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것을 알리려 하는 사람들이 못 알리는 상황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한 '사건 당시 출동한 역삼지구대가 클럽과 유착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봤을 때는 의혹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명예훼손과 강제추행 등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경찰관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 김씨는 "추후 수사기관에서 정확히 밝혀주시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제가 겪은 의혹들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싶고 정확히 진실 규명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지금 사태가 많이 커져서 국민 여러분께서 어두운 사회의 모습을 알게 되고 저도 계속 언급하게 되는 상황"이라면서 "굉장히 힘든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다음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좋겠고,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조사실로 향했다.


 

[사진=김상교씨 인스타그램 캡처]

김씨는 이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호텔 안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다가 도리어 출동한 경찰들에게 집단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버닝썬 사태를 촉발했다.

그는 버닝썬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당시 클럽 이사인 장모씨와 보안요원들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신을 폭행한 뒤 입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건을 맡은 강남경찰서는 김씨가 버닝썬 입구에서 경찰들에게 욕설하고 난동을 부려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고, 폭행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경찰관 2명은 김씨 주장이 허위사실이라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버닝썬 전직 이사인 장씨도 같은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한편, 김씨는 여성 2명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버닝썬에서 'MD'로 일했던 중국인 여성 등 2명은 사건 당일 김씨로부터 추행당했다며 지난해 12월 21일 고소장을 낸 바 있다.

경찰은 이외에도 버닝썬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중 김씨가 여성들을 추가로 성추행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