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시중은행은커녕 대부업체에 신청한 대출마저 거절당해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자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심사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17일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부업·사금융시장 이용자 및 업계동향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자 3792명(유효 응답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한 응답자는 전체의 54.9%에 달했다.
2016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거부율이 16%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2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까지 낮추며 대부업체 심사를 강화한 탓이다. 최고금리 인하가 되레 저신용자 양산을 부추긴 셈이다.
실제 응답자의 43.9%가 대출 거절 후 ‘가족도움’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답했다. 또 불법사금융(14.9%), 회생·파산(14.6%) 등을 선택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저신용자 개인의 부채가 가정 전체에 타격을 입혀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서민금융연구원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채무자대리인제도에 대한 저신용자들의 인지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무자가 변호사 등 채무 대리인을 선임하면, 대부업체는 직접 채무자에게 접촉해 독촉을 하지 못하고 채무자 대리인과만 협의하도록 한 제도다.
채무자의 심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정부가 장려한 제도임에도 응답자의 무려 73.2%가 채무자대리인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사금융인지도 모른 채 대출을 신청한 응답자도 35%에 달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낮춘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조원이던 정책금융 지원 규모는 올해 8조원 가량으로 늘었다.
그러나 서민금융 관련 재원은 별도 예산 없이 금융권 출연 등 민간에서 조달키로 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왜곡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민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에 손 댈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가 매년 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른바 ‘돈 없고 백 없는’ 서민들의 심리적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채무자대리인제도를 활성화시키고, 관련 교육도 자유롭게 받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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