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카풀 대타협과 후퇴 사회

김창익 IT과학부 부장입력 : 2019-03-11 15:06
- 왜 잘못된 민심을 처벌하지 않는가 - KT, 화재 파격 보상은 과연 타당한가



 



민심은 천심이 아니다.

‘한국, 한국인’이란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브린 전 외신기자클럽 대표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그는 1982년부터 한국에서 특파원을 했다. 워싱턴타임스·가디언·더타임스 등 유력 매체 특파원의 눈으로 한국과 한국인의 특성을 깊이 관찰, 최근작을 포함해 두 권의 책으로 냈다.

기자는 브린의 시각에 동의한다. 민심은 집단지성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적이고 불공정하다는 그의 주장은 타당하다. 브린은 한국의 정치권력이 민심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이유에 주목했다.

일단은 철학적 오류다. 한국의 지배체제는 유교에 깊이 영향 받았다. 민심이 곧 천심이란 왜곡된 신념이 지금도 지배 구조를 지배한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했다.

100년 후 맹자가 이 말을 역성혁명의 논리적 근거로 해석했다. 맹자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임금답지 못한 임금, 아비답지 못한 아비는 신하와 아들이 내칠 수 있다는 뜻이다. 전통적 유가 관점은 물론 현대적 시각에서 봐도 혁신적이다. 순자는 이를 더욱 노골적으로 발전시켰다. ‘백성은 배를 띄울 수도,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작가 유시민은 민주주의는 최선의 리더를 뽑는 시스템은 아니라고 했다. 대신 잘못된 선택을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정치 제도라는 것이다. 잘못된 통치자는 다음 선거에서 쉽게 갈아치울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현직에서 곧바로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 촛불 민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것처럼 말이다.

칼과 낫을 든 역성혁명이 아니라 시스템으로도 정권의 교체가 가능한 세상이 됐다. 공맹과 순자, 그리고 작가 유시민 모두 관점은 통치자였다. 어떻게 하면 집권을 연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통찰이었다. 대통령 직선제는 통치자가 민심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심이 올바르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민심은 시시때때로 바르지 않고, 심지어 사악하다. 

민심과 법치가 충돌할 때 통치권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을 위반한 민심은 처벌해야 한다. 브린은 “개개인이 법에 복종하듯 민심도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지도자들이 용기를 갖고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이처럼 용기있는 지도자를 찾기 힘들다. 민심이 표심이기 때문이다. 

카풀 서비스와 관련해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지난 7일 타협안을 내놓았다. 하루 4시간 제한적 영업을 전제로 카카오 등의 카풀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내용이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개시를 목표했던 건 2017년 10월이다. 1년 반 정도 허송했다. 

일단 갈등을 대화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대타협기구는 4차 산업혁명을 추구하는 우리사회가 한 걸음 진보했다고 자평까지 했다.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국민 힘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긍정적 자평이 타당한가. 따져보자. 이 문제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꾸려서 논의해야 했을 문제인가. 자가용의 유상운송은 출퇴근 시간에 한해 현행법으로 가능하다.

26만 택시기사들이 반대한다고 타협기구를 만들어 사실상 서비스 개시를 막은 게 잘한 건가. 대화를 하자고 법에 보장된 권리를 상당 기간 사실상 막은 건 합법인가 불법인가.

정부·국회가 할 일은 사회적 타협기구를 만들 게 아니라 기업의 합법적 영업활동을 보장해주는 것이어야 했다. 잘못된 민심을 바로잡았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어떻게 규정할지 정도가 대타협기구에서 논의할 의제였다. 택시업계 반발은 카카오가 옳은가 그른가가 아니라 택시업계가 이익인가 손해인가의 문제였다. 정의가 아니라 이해상충의 이슈였던 것이다. 대한민국 통치권력이 잘못된 민심에 악용당했다. 결과적으로 카풀·택시 이용자는 물론 국민 전체가 택시업계에 휘둘렸다. 4차 산업혁명은 그만큼 늦어진다. 

KT 아현국사 화재와 관련한 소상공인 보상 문제도 맥락이 같다. 합법적 영업활동이었다면 KT는 법과 약관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보상책을 마련하면 된다. 소상공인이 보상책에 반발하자 국회가 상생협의체를 만들었다. 5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 민심이 통치시스템을 좌지우지했다. KT는 연매출 50억원 미만의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장애가 있었던 일수를 따져 보상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파격적 보상이다. 소상공인 보호란 명분도 그럴 듯하다. 하지만 옳은가. KT 주주들이 어떤 이유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가. KT 경영진은 왜 당당히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상책을 내놓지 못하는가.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했다. 제후들이 군주에 반기를 들었던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춰 이 말을 해석하면 ‘임금은 어디까지나 임금, 신하는 어디까지나 신하’란 뜻이다. 신하는 신하의 도리와 신분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극상을 경계하란 말이다. 맹자의 해석과는 반대 의도였다. 마키아벨리처럼 공자도 군주에게 잘보여야 했던 정치 컨설턴트였다. 

임금답지 않은 임금을 내쳐야 하듯, 법을 어긴 민심도 처벌해야 한다. 브린은 "결정권자들은 민심에 관심이 없다. 비판을 받을까봐 민심에 응할 뿐"이라고 했다. 카풀 사례와 정확히 부합한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은 이번 일로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갔다. 후퇴 사회를 우리 스스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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