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VS 카드사 수수료 갈등···산업계 전체로 번질듯

5개사와 10일부터 계약 해지···4개사엔 일주일 적용 유예

통신·마트·항공 등 기타 대형가맹점과 협상도 결렬 위기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카드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는 카드사에 '가맹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현대차에 이어 수수료율 인상에 반대하는 이동통신사와 대형마트, 항공사 등 산업계 전반에서 계약 해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0일부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기아자동차도 5개사와 11일부터 계약을 해지한다.

현대차 측은 "계약 해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에 수수료율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며 "고민 끝에 일부 카드사 계약 해지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주일의 유예를 두고 10일부터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수료율을 협상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앞서 카드업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적격비용을 재산정한 결과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통보, 지난 1일부터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현대차의 경우 기존 1.8%에서 1.9%로 수수료율이 인상됐다.

이에 현대차는 카드수수료율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했고, 카드사들이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강행하자 결국 가맹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카드사와 현대차는 앞으로 남은 일주일간 최대한 고객 피해가 없도록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5개 카드사를 제외한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는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현대차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주일간 유예했다. 이들 4개사도 유예 기한인 7일까지 수수료 조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대차와의 협상이 끝내 결렬돼 가맹 계약 해지까지 가게 된다면 그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롯데마트·이마트 등 유통업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들도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자동차업계는 자동차 구매 시 캐피탈사의 할부금융을 이용하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 카드결제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며 "하지만 만일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밀려 카드사들이 현대차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마트나 항공사 등 카드결제 비중이 큰 다른 대형가맹점들과의 협상도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어설픈 카드수수료 정책이 소비자 피해만 키웠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한 것이 결국 소비자 혜택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에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수수료 갈등도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몫을 줄이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