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 "왜 하필 지금"...중앙회 노조 파업에 '제살깎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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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2-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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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은 업권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중앙회가 파업이라는 강수를 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중앙회 파업 여부는 오는 21일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과 노동조합 측의 만남 이후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가 1973년 설립 후 4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예고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저축은행중앙회지부는 지난해 10월 돌입한 임금·단체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에 임단협 관련 조정신청을 냈다.

오는 22일 지방노동위원회 최종 조정절차를 앞두고 지난 18일 조합원 총회에서 87.6%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월 말 전후에 파업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박재식 중앙회장이 출장을 떠나기 전인 19일 노조측과 만남을 가졌으며, 오는 21일 출장을 마친 후 또 한 차례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노조는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의 개선 약속이 있을 경우 파업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임금 인상과 지배구조 개선 두 가지다. 노조는 79개 저축은행들의 2018년 순이익이 1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4% 임금인상' 또는 '2.9%인상+특별성과급 250만원' 및 명절격려금(설추석 각 80만원 지급정례화)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 요구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전체 수익의 0.08%수준에 불과하다"며 "전체 회원사의 성과 수익 창출에 중앙회의 기여도가 0.08%의 배분가치도 없다면 중앙회의 경영과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앙회는 2% 안팎의 물가상승률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회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회원사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최고 실적을 낸 데 중앙회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중앙회는 79개 저축은행으로부터 회비를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순익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임금인상 요구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로 회원사들이 어려웠을 때 중앙회 차원에서 회원사들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거의 없었는데 실적 개선을 이유로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저축은행이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가 파업 이슈를 꺼내든 것에 대해서도 아쉬워하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건전성 개선 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회원사들이 어렵게 정비해 놓은 상황에서 중앙회가 되레 '제 살 깎아 먹기'를 하는 상황 밖에 안된다고 보고 있다.

회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회원사뿐 아니라 저축은행 이용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회 전산을 사용하는 저축은행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조차 안된다. 자체 전산을 구축했더라도 이체·결제·송금은 중앙회 전산망을 거쳐야 한다. 중앙회에 오류가 생기면 저축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원사들이 중앙회 파업이 완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특정 회원사 대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사례처럼 노조가 임금을 내걸고 파업을 할 경우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중앙회 노조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진짜 원하는 것은 중앙회 의사결정 체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노조 측은 중앙회장 자문기구인 지부장단회의를 문제삼고 있다. 내부 규정보다 상위인 정관에 따라 중앙회의 예산통제, 경영정책, 인사 등 경영활동 전반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이날 노조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업계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중앙회장 자문을 위한 기구가 중앙회 경영전반에 대한 권력기구로 변질돼 중앙회 연간회비 부담률 0.7%내외에 불과한 소규모 회원사 대표의 입김에도 눈치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 주요 고객들은 서민들과 어르신인데 중앙회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비난을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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