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성인용품', 음란성을 둘러싼 법정사

한지연 기자입력 : 2019-02-11 17:14
남성용 자위기구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취소소송 항소심서 원고 승소 법원 "저속하고 문란하기는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 해칠정도 아냐" 성인용품 '음란성' 여부에 따라지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

[이미지=아주경제 DB]
 

여성의 신체형상을 모방한 남성용 자위기구인 일명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리얼돌은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건으로 분류돼 통관이 어려웠다. 성인용품이 날로 정교해지는 만큼 불법 여부를 결정하는 음란성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수입업체 A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A사는 2017년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띤 실리콘 재질의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의학이나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도 사람의 형태를 띤 인형이 사용되는 만큼 그 인형의 묘사가 사실적이라는 사실만으로 음란성을 판단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에서는 해당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날 2심 재판에서는 "사람의 존엄성을 해칠정도로 음란하지는 않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현행 관세법은 풍속에 반하는 물건(서적·간행물·도화·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등 기타)이나 이에 분하는 물품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형법 제243조 역시 음란한 물건을 반포·판매·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문제는 음란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판례에 따르면 풍속에 반하는(음란한) 물건이란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 또는 만족케 하는 물건들로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성적인 자유를 침범할 수는 없다는 법원 기조에 따라 '음란성'에 대한 해석은 보수적"이라면서도 "다만 음란함에 대한 해석이 재판부 마다 달라 혼란스러운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음란성을 이유로 통관이 불허된 성인용품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제각각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성인용품 수입업자 B씨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보류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파기했다. B씨는 실리콘을 사용해 남성의 성기를 그대로 재현한 여성용 진동자위기구를 수입하려다 관세당국의 제지를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기구가)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재현했다고는 하나 그 자체만으로는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표현물의 음란여부를 판단할 때는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남성용 자위기구인 모조여성성기 '체이시'에 대해서는 음란성을 인정했다.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용품점에서 여성의 성기를 본 따 만든 남성용 자위기구, 일명 '체이시'라는 물건을 공연히 전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물건의 형태만으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한 물건이라고 할 수없다"며 피고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기구는 사람의 피부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실리콘을 사용해 여성의 생식기를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재현해냄으로써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면서 "사회통념상 그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킬 수 있어 일반인들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어떤 물건이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나 반포, 전시 등이 행하여진 상황에 관계없이 그 물건 자체에 관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에서도 음란함에 대한 다른 표준 해석을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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