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희귀암 정복 집중, ‘젊은 암센터’ 만들겠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황재희 기자
입력 2019-02-08 03:0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조직 변화 선순환은 ‘직원 목소리 경청’에서 출발

  • 골암·뇌척수암 등 대상 다학제 통합진료 구축

  • 한국형 AI 정밀 의료서비스 ‘닥터앤서’도 개발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사진=국립암센터 제공 ]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자신이 가진 에너지 90%를 국립암센터에 쏟고 있다고 할 만큼 국립암센터에 대한 애정이 크다. 2017년 11월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취임하고 1년 2개월간 바쁘게 달려왔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입장이다. 

최근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이 원장은 실제로 열정이 넘쳐 보였다. 국립암센터 원장직을 맡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머릿속에 정리해 차근차근 실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암 연구·진료·정책입안·교육을 모두 망라하는 암 전문기관으로 국립암센터를 발전시키는 것과 더불어 조직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국민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2000년 설립됐다. 올해로 개원 19주년을 맞는다. 수십 년의 전통을 갖고 있진 않지만 국립병원이라는 성격 탓에 변화에 민첩하지 못하고 다소 수동적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때문에 이 원장은 점점 조직이 늙어가는 징후가 싫다고 말했다. 패턴대로만 돌아가면 국립암센터는 앞으로가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립암센터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어 직원과 함께 도전하는 국립암센터로의 재탄생을 꿈꾸고 있다.

◆자신은 조연, 직원이 주인공

이은숙 원장이 입고 있는 의사 가운에는 '경청'이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진 배지가 달려있다. 평소 소통을 중요시 하는 이 원장은 환자뿐 아니라 직원 목소리에 경청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원장 직에 취임할 때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직원들이 주인공 역할을 하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취임할 때도 나는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원장직에 있으면서는 조연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상명하복 식의 톱다운(Top-down) 운영은 지양하고 직원이 잠재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러자 하나의 좋은 예시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성공스토리를 유도했고,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이 많아졌다.

이 원장은 “암센터 직원들은 원래 과학기술인 공제회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전 원장들도 직원 공제회 가입을 위해 노력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러나 직원들이 고양시를 직접 방문해 당위성을 주장하며 힘을 합친 결과 공제회 가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성공스토리는 또 다른 성공을 가져오고, 이것이 직원에게 기쁨을 줬다. 병원도 이 같은 성과에 수상이나 포상금 등으로 격려하면서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며 “이 같은 조직 변화가 취임 후 가장 기분 좋은 성과”라고 덧붙였다.

◆올해 희귀암센터 전면에 내세워 집중

국립암센터는 암 연구·진료·정책입안·교육을 모두 망라하는 암 전문기관이다. 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와 진료를 주 기능으로 하는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의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암 연구‧관리,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로 구성돼 있다.

올해 진료 부문에서 암센터가 집중하는 부분은 ‘희귀암’이다. 쉽고 흔하게 생기는 호발암 중심
센터제를 개편하고 희귀암센터를 전면에 내세워 희귀난치암에 대한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국립암센터 미션 중 하나가 민간 영역이 수익성이나 위험도를 이유로 제대로 하기 어려운 미충족 의료영역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희귀난치암, 소아암, 호스피스완화의료 등이 바로 그런 분야”라고 말했다.

호발암의 경우 이미 민간 대형병원이 잘하고 있지만, 희귀암은 여러 의사의 노동이 집중돼야 한다. 한 명의 환자를 두고 다양한 과목의 4~5명 의사가 모여 다학적이고 순차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지금은 여러 병원이 다학제적 통합진료를 실시하고 있으나 국립암센터는 개원부터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사실상 의료 현장에서 각과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통합진료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통합진료를 한다고 해서 의료수가를 몇 배로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다학제 진료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확산되는 수준이다.

이 원장은 “사실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학제적 진료를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국립암센터와 같이 공공성을 추구하는 의료기관은 치료가 어려운 사람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보여주고, 다른 병원이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올해 희귀암센터를 내세워 골암‧뇌척수암‧두경부암‧구강암‧임파종양‧육종‧희귀암‧피부암‧세포치료 분야 연구와 진료에 보다 집중해 희귀난치암 극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지금도 여러 병원에서 희귀암 환자에게 국립암센터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사진=국립암센터 제공 ]

▲암생존자 사회 복귀 위한 지원 사업 활발

국립암센터는 암환자뿐 아니라 암을 완치한 환자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설립된 2000년 당시 44%에 불과했던 암환자 생존율은 현재 70%대로 상승한 상태다.

그러나 암생존자는 치료 후 재발이나 후유증, 직업상실, 불안, 우울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적 접근뿐 아니라 사회복지 영역까지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이 원장은 “치료를 잘 마친 생존자에게 어떻게 하면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치료 후 증상 조절, 재발‧이차암 예방, 건강관리 계획 수립‧관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통합지지의료팀을 만들고, 2015년부터는 유방암 생존자를 위한 다학제 통합진료와 소아청소년암 생존자 다학제클리닉을 시작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제3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에 암생존자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통합적 지지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립암센터에 생존자지원과를 신설했으며, 지역암센터와 함께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시범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시범사업 대상은 암 진단 후 암 치료 목적의 초기 적극적인 치료(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를 완료한 환자”라며 “암생존자 초기평가를 통해 암생존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의료진‧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주도의 교육과 상담, 참여형 프로그램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오픈 플랫폼, ICT 기반 개인 맞춤형 암정보 서비스 개발

국립암센터는 암 진료 데이터와 암 유전체, 코호트‧종양은행 등 임상자료와 국가암등록자료 등 공공데이터를 다양한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연구와 국가통계 등 공공목적을 위한 암 데이터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임기 초부터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질 높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내원환자 49만명 데이터를 익명화해 암종별 레지스트리를 구축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추후 타 의료기관과 국가적 차원의 공공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ICT(정보통신기술)를 이용해 개인 맞춤형 암정보 서비스 제공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형 AI(인공지능) 정밀의료 서비스 ‘닥터앤서(Doctor Answer)’를 개발 중이다.

닥터앤서는 환자가 질환 관련 궁금한 점을 AI에게 질문하면, AI가 이를 답변하는 서비스다. 환자는 질환과 관련해 궁금한 것이 많지만, 모든 것을 의료진에게 물어보기란 쉽지 않다.

이 원장은 ”그때그때 궁금한 점을 AI를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 유방암 데이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검증용 데이터 셋과 솔루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앞으로가 더 기대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암 연구‧관리 분야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4년 탄생했다.

내국인 학생뿐 아니라 중소득 국가나 개발도상국 학생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ODA(공적원조개발) 성격이 강하다. 외국인 학생의 경우 국립암센터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교육시킨다. 암 관련 질환 분야의 수준을 향상시켜 본국으로 돌아가 환자에게 기여하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자질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해 국립암센터 연구‧진료‧암관리 전문가로부터 훈련을 받고 돌아간다”며 “모국으로 돌아간 졸업생들은 각국의 국립 암연구기관이나 의료기관에 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출신 졸업생은 베트남 국립암센터나 하노이대학교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라오스 출신 졸업생은 라오스 국립암센터 암전문의사로 활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국내 학생의 경우에는 질병관리본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정부와 정부출연기관에서 활약 중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나 SK케미컬 등 민간기업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이 원장은 “올해나 내년쯤 처음으로 박사 졸업생이 나올 예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암 전문가로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약력
△1962년생
△고려대 의학과 (1986)
△고려대 의학석사 (1990)
△고려대 의학박사 (1993)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전공의, 강사, 조교수(1986∼2000)
△M.D.Anderson Cancer Center Post Doc. fellow(1994∼1995)
△Robert Lurie Cancer Center Northwestern University 교환교수(1998∼2000)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 암예방검진센터장, 유방내분비내과장 등(2000∼2008)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기획단 위원(2000∼2006)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 내분비외과 교수(2008∼2011)
△국립암센터 연구소장(2014∼2016), 면역세포치료사업단장(2016∼2017) 등
△국민연금재심사위원회 의학자문단 위원(2016∼현재)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총장, 국립암센터발전기금 이사장(2017∼현재)
△국가전략프로젝트 정밀의료사업단 자문위원(2017∼현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자문위원(2015∼현재)
△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2013~2015, 2017~현재)
△대한암학회 상임이사(2004~현재)
△대한암협회 집행이사(2013~현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