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국제 레이더] 트럼프, 차기 WB 총재에 '충성파' 맬패스 지명... "여우에게 닭장 맡기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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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2-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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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맬패스 지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사임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를 이을 후임 총재 후보로 데이비드 맬패스(오른쪽)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지명한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 충성파'인 맬패스 차관은 세계은행의 역할 확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온 만큼, 신임 총재로 선출되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는 꼴이다."  한국계 미국인 김용 세계은행(WB) 총재의 후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맨'이며 '대중(對中) 강경파'로 분류되는 데이비드 맬패스(63)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 낙점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맬패스 차관은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로 2016년 공화당 대선 캠프에서 경제 참모로 활동하다 트럼프 행정부에 입성, 다자주의 배격과 보호무역주의 정책 실행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17년 의회 증언에서 그는  "많은 돈을 쓰지만 쓸모 없고 비효율적인 기관"으로 대출 관행이 "부패하다"고 세계 은행을 실랄하게 공격 했다. 또 퍼스트 클래스로 출장을 다니는 세계 은행 간부들을 질타하며 임금 삭감과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도 도마에 올리기도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對)중국 매파 인사로 그는 오는 3월 1일을 마감 시한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위급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차기 무역 협상에도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참석할 예정이다.  맬패스 차관은 평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에 대한 세계 은행의 지원 중단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맬패스 차관의 지명을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이 효과적이고 현명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맬패스는 오랫동안 WB의 책임에 대한 강력한 옹호자”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7일부터 후보자 등록을 시작해 4월 중순까지 새 총재를 공식 선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인 미국이 지명하는 후보가 탈락한 전례가 없어 맬패스 차관이 차기 총재로 임명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트럼프는 자신이 지명한 차기 총재를 통해 WB의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 역할 축소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세계은행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기후변화와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은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미국과 패권 경쟁에 돌입한 중국을 적극 견제 할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과 지적 소유권 침해 고발 등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내세워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압력에 지난해 세계은행의 對중국 대출은 30% 가까이 줄었다.

세계은행은 1945년 전후 유럽 재건과 개발도상국 경제 개발을 위해 유엔 산하에 설립된 기구로 미국이 최대 주주이다. 회원국 총지분(투표권) 중 85% 이상 찬성해야 총재가 될 수 있는데, 미국은 16%를 보유하고 있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인이 어김없이 맡아왔다. 국제 민간 구호단체들은 미국과 유럽이 세계 금융 기구의 수장 자리를 '밀실 거래'하고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인 영향력을 넓히려는 관행이 이젠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기 총재 선임의 최종 결정은 189개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세계은행 이사회의 몫이다. 트럼프가 대중 강경파 인물을 선택, 미.중 갈등에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서 이미 보호 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신흥국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12년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총재가 선출될 당시부터 미국이 총재 임명권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 시키려는 의도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한 김용 총재는 개도국들이 내세운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및 콜롬비아 출신 교수와 경선을 벌인 바 있다. 미국이 지명한 후보자가 경쟁을 거친 건 세계은행 역사상 이 때가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세계 은행 총재 임명을 마치 자신의 고유 권한으로 고집하는 것은 세계 은행의 앞날에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맬패스 차관과 같이 인기 없고 함량 미달의 인물이 낙점된 것은 더욱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맬패스 임명이 세계은행의 지적 품질과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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