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월 1만원 기부로 56억…“후배 밥값은 선배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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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1-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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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 프라이드 클럽’ 소액기부자 4874명

2017 KU PRIDE 장학금-장학증서 수여식[사진=고려대]

“적은 돈 기부한다고 자존심 상할 것 없어요. 돈 많은 사람만 기부하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기부입니다.”

2015년부터 월 1만원 기부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유병현 고려대 기금기획본부장의 말이다. 고려대 ‘KU 프라이드 클럽’은 매월 커피 두세 잔 값을 기부함으로써 재학생들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는 캠페인이다. 졸업생과 교직원부터 고려대 인근 상인들이 ‘KU 프라이드 클럽’의 주 가입자다.

한국 대학가에는 상대적으로 고액기부가 많은 편이다. 유 본부장은 교회, 성당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매월 소액을 기부하는 것에서 대학 소액 기부 캠페인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홍보는 명함으로 했다. 일반 명함의 두 장 크기인 접히는 명함을 제작해 뒷면을 기부신청서로 만들었다.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학생 20명의 노력도 더해졌다. 자체적으로 학교 소식지를 만들어 졸업생 동문들에게 보냈다. 기부금으로 인해 재학생들이 학교식당에서 1000원에 아침식사를 한다는 소식, 중앙도서관이 리모델링된다는 소식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파되며 기부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KU 프라이드 클럽’ 기금은 장학금과 인프라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글로벌희망 장학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해외교환 학생을 할 수 있도록 항공권 및 체류비를 1000만원 내외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다. 이미 27개국에 148명의 학생이 파견돼 혜택을 받았다.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매월 20만원씩 지원하는 생활비 장학금은 1506명에게 지원됐다.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3억원, 아침을 거르는 재학생들을 위해 학생회관 식당에서 1000원에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마음든든 아침’ 사업은 인프라 지원금에서 충당한다. 식대 4000원 중 3000원을 기부금에서 지원하는데 학생들에게 특히 호응이 높다. 후배들 밥값은 선배가 책임진다는 고려대의 사라진 전통이 부활했다는 평도 있다.

장학금을 지원 받아 교환학생을 가는 한 학생은 “잘 배우고 돌아와서 ‘KU 프라이드 클럽’의 일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생활자금을 지원 받은 한 학생도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였다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제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KU 프라이드 클럽’ 회원은 현재 1월 29일 기준 4874명이며 누적기금액도 56억원이 넘는다.

백영희 고려대 대회협력부 팀장은 “교우로서, 선배로서, 사회인으로서 이렇게 좋은 기부캠페인에 함께해서 정말 행복하다”며 “‘KU 프라이드 클럽’이 고려대만을 위하는 게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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