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국의 성장기업 리포트] 중국 정부·기업들 살얼음판 걷게 만든 '한국식 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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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9-01-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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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봉투 오가는 한국식 꽌시, 중국 정부 제재수위 높여

김선국 성장기업부 기자[사진=아주경제DB]

#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항구그룹 처루밍 회장이 지난해 9월 웨이하이시 기율위원회(감찰 기관)로부터 면직 처분을 받았다. 그가 국내외 기업과의 부정 청탁과 뇌물에 직접 관여했다는 이유다. 한국으로 치면 항만공사 사장이 불법 통관을 주도했다가 사정당국에 적발돼 파면 당한 것이다. 파장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그동안 처루밍 회장과 교류가 있던 한국 기업 역시 중국 정부로부터 돌연 감시 대상이 됐다. 더구나 정보력이 약한 한국기업은 자신이 '블랙 리스트'인지도 모른 채 중국 정부나 기업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안게 됐다.

최근 카카오톡과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국 현지와의 음성이나 데이터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한국 기업이라면 한번 쯤 중국 사정(司正)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중국 공산당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한국 기업들이 잘못 이해하는 '꽌시'가 양국 간 정치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무원·기업인과 식사 및 술자리를 함께 하고, 선물과 홍바오(红包, 돈봉투)를 건네 주면 꽌시가 형성된다는 '한국식 꽌시'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화를 불러 일으킨 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식 꽌시는 합법적인 법망 테두리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를 벗어나면 더이상 중국 과의 관계 지속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집권하자 마자 수천년 숙원 과제인 부정·부패 척결 작업을 강도높게 추진했다. 이른바 ‘호랑이’(고위직 부패관리)와 ‘파리’(하위직 부패관리), ‘여우’(해외 도피부패사범)를 모두 잡는 반부패 정책은 시진핑 주석 집권 1기 주요 성과로 꼽힐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국 공산당의 감찰 기관인 중앙기율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기간 비리 혐의로 면직된 성부급(省部級·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는 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 중앙통전부장, 쑨정차이 전 충칭시 당서기 등 140명에 이른다. 2017년 10월 말까지 펼친 여우 사냥 작전으로 90여 개국에서 3587명의 해외 도피부패사범을 소환했다. 이들에게 거둬들인 은닉재산만 95억4100만위안(약 1조5747억원)에 달했다. 

중앙기율위원회는 올해도 관료주의 타파와 반부패 사정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국가감찰위원회의 설립과 국가감찰법 제정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적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시 주석의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여전히 한국식 꽌시를 앞세워 중국 공무원과 협력 파트너사를 살얼음판 위로 내몰고 있다.

중국식 꽌시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인 오랜친구(老朋友·라오펑요)를 지향한다. 혹자는 라오펑요 관계가 결실을 맺기까지 100년이 걸릴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원하는 꽌시가 라오펑요 관계다. 그러나 한·중 수교를 맺은 지 겨우 27년이 지났다. 중국인은 30년 정도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좋은 친구(好朋友·하오펑요)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내놓을 수 있는 라오펑요 관계까지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이방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원활한 중국 진출을 위해 하오펑요 관계를 끌어내고, 이를 끈끈하게 유지하는 전략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더는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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