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트럼프 집권 하반기 ..미국의 퍼즐 바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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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01-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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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재선 가도에 ‘빨간불’ 켜진 트럼프 진영 vs 북한·중국은 ‘시간 벌기’-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4년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자신의 성과 창출에 한층 더 피치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경제 성적표는 그의 지지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하지만 앞으로 2년의 경제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또한 그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도 전반기에 비해 더 혹독해지고 있는 판이다. 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취임 전부터 꼬리를 물고 있는 러시아와 관련된 대선 스캔들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잠잠할 날이 없다.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 상태인 ‘셧다운’이 역대 최장인 한 달을 넘어서면서 정치적 긴장감이 연일 고조되고 있는 추세다. 때마침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 47%가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를 예견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란 응답자(29%)보다 무려 1.5배나 높은 수치다. 트럼프 정치 역정의 중요한 터널을 통과 중에 있는 셈이다.

이러한 내부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대외적인 성과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주가를 올리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우선 중국과는 무역전쟁의 봉합을 서두를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패권 경쟁의 양상을 띠면서 일방이 백기를 들지 않는 한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겉으로 미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시간을 최대한 벌려는 작전을 계속 펼치고 있다. 트럼프의 임기가 유한하고, 재선을 노리려면 여론의 압박에 투항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오는 2024년까지 미국 상품 1조 달러 구매를 하여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제로로 하겠다고 제안했다. 다시 5년의 시간을 벌겠다는 중국의 속셈이다. 당장의 소나기는 피하면서 성장 동력이 상실되고 있는 자국 경제의 경착륙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발상이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나 기업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진영이 받을 수 있는 중국의 당근이 도마 위에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북한과의 핵 협상 결과도 트럼프 진영이 노리고 있는 산출물이다. 과거 정권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자신이 달성했다는 위업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사활을 건다. 북한은 트럼프 측의 이런 조급함을 충분히 간파하고 있다. 중국과의 조율과 더불어서 시간을 최대한 벌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퍼즐을 맞추어 나간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미국 측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이다. 트럼프 측도 북한과 단기간에 당초 목표로 했던 협상 결과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면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여론의 환기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등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마당이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재 완화가 실현되면서 핵 폐기 문제는 결국 단계적 협상의 테이블로 넘어갈 공산이 농후해지고 있다. 북미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굴리면 협상 중재자라는 우리의 역할도 애매한 위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현재 상황을 충분히 간파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는 지 궁금하다

밀고 당기는 협상 테이블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제도적 차이에서 오는 본질과 한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의 향방과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전자의 경우 실질적인 성과에 연연하게 되고 막판 협상력에서 힘에 부치는 것을 자주 봐왔다. 반면 일당 독재에다 장기적 리더십을 갖고 있는 후자의 경우 시간 벌기와 배짱 전술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협상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면서 궁극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줄 안다. 사회주의 체제 인사들은 이러한 전술·전략에 이골이 날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역대 정권들이 중도에 포기한 이유도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 중국과 북한은 한 배를 타면서 미국 측을 초조하게 만드는데 일차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 트럼프 측도 성과를 포장해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반전(反轉) 카드가 마땅하지 않은 트럼프 입장에서 이 카드를 쓸 확률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과 북한의 비핵화라는 양대 이슈가 성과 포장을 위한 봉합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과 북한의 시간 벌기 작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들통이 나게 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진영의 중국에 대한 기술 봉쇄는 무역 전쟁의 봉합과 무관하게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사단의 이러한 도박이 재선 가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지는 또 다른 변수다. 민주당은 중국이나 북한에 대한 트럼프 측의 미봉책을 물고 늘어지면서 정치적 실패로 몰아갈 것이다.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는 오는 3월 초에 대부분 윤곽이 잡힌다. 북한의 비핵화 이슈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다.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고려치 않고 자신의 정치적 계산만을 고집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가야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기로에 봉착할 수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 협상 결과를 읽는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인도·인도·베트남 등은 반사이익 챙기기에 혈안이다. 우리는 유·불리를 제대로 계산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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