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래 먹거리 경쟁, ‘디지로그(디지털+ 아날로그)’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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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01-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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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디지털 기반에 아날로그적 감성의 ‘초연결’로 산업간 경계 급격히 분화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지난 8일 개막된 세계 최대 전자 이벤트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올 CES는 IT와 접목된 다양한 미래 먹거리 상품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중국 참가업체가 20% 줄었다고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출품업체가 전체(4500개사)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수년 전부터 양국의 독무대가 되고 있는 판이다. 이번 쇼의 특징은 전자 제품화되고 있는 기존의 자동차를 비롯해 의류, 화장품, 스포츠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이 결합하는 ‘초연결’이 보다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종교배(하이브리드)가 확연해지는 추세다. AI에 5G가 가세하면서 먹거리의 외연이 확장되고 진입 공간이 더 넓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IT 업체가 주도하는 합종연횡과 더불어 ‘적과의 동침’마저 이제 낯설지 않다. 이 살벌한 판에서 우리 간판 기업들도 주전으로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온갖 수모와 질타를 받고 있지만 여기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우월적 선도자의 위치를 노린다.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왜 간판 기업이 필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현장이다.

최근 글로벌하게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미래 먹거리 경쟁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하면 ‘디지로그(Digilog)'이다. 즉, 디지털 기반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융합하는 새로운 기술의 창조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닌 그 중심에 사람이 있고, 궁극적으로 삶의 혁신으로 귀결된다. 디지털 일변도의 먹거리 개발에 한계가 노출되면서 아날로그를 끌어들임으로 인해 훨씬 더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스마트'라는 용어 자체도 단순한 디지털적인 접근만이 아닌 아날로그적 정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스마트 폰·카·시티·팩토리 등에도 기술적 요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가미되어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우위에 있는 자가 본격적인 디지털 경쟁 시대에서도 승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일본 기업들의 도전은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돌아온다. 중국이나 동남아 기업가들이 표면적으로 한국을 벤치마킹한다고 떠들지만 내면적으로는 일본의 사례에 더 집착한다. 정작 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기업은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 MUJI)', '다이소(Daiso)’ 등이다. 우리 한류(韓流)의 인기가 높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힘의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역부족이다. 한류에 편승해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본 기업의 순발력과 폭발력에는 크게 못 미친다. 소비자의 니즈에 기초하여 디지털과 감성을 연결하는 기획력과 머천다이징 등 상품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상품, 그리고 이를 백업하는 종합적 기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회 저변의 문화적 기반과 철저한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유니클로’, ‘무지루시료힌’, ‘다이소’ 등 일본 기업의 사례 벤치마킹할 만하다

‘유니클로’는 예술과 과학을 접목시킨 신개념 의류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1위 ‘스파(SPA: 의류기획·디자인·생산·제조 및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 브랜드를 지향한다. 단순한 패스트패션을 고집하지 않고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몇 년 동안 입을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매출액은 19조원으로 ‘인디텍스(‘자라’의 모기업, 33조원)’, ‘H&M(29조원)’에 이어 글로벌 스파 브랜드 3위이다. 전 세계 16개 국가에 1,5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토종 스파 브랜드보다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다. 종합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무지루시료힌’은 상표가 없으면서도 좋은 물건을 지향하는 일본의 대표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2016년 기준 26개국에 65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대략 7,000여개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롯데와 제휴하여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20개 내외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다이소’는 1997년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출범한 균일가격(‘100엔숍’에서 출발) 생활용품 브랜드다. 일본 국내 약 3,150개 점포와 해외 26개 국가 1,400개 점포가 있으며, 매출액은 약 4조 2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지난 1992년에 합작으로 상륙하여 현재 전국적으로 1,3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류 브랜드인 ‘미니소(Miniso, 중국명: 名创优品)’는 2011년 일·중 합작으로 세워진 브랜드로 전 세계 1,8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진출해 있기도 하다. 이들 3개 기업의 공통적 특색은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이 우수하고 희소성이 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를 즐겁게 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 섬유패선 산업이 저력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애써 강조한다. 서울의 패션, 경기의 니트, 대구의 직물을 연결시키면 승산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미래 기술에 대한 안목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시킬 있는 상품과 브랜딩·스토리 개발이 수반되지 않으면 헛수고다. 개방성과 더불어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물류 시스템과의 연계는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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