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국제 레이더] 노출 꺼리던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 왜 전면에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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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1-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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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화웨이 회장 (선전[중국] AP=연합뉴스)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15일 중국 남부 선전의 화웨이 캠퍼스에서 기자회견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중국 당국이 외국 고객이나 그들의 통신망에 대한 비밀정보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요청에는 분명히 '노'(no)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74) 회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중국 정부와의 결탁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수년 동안 언론의 노출을 극도로 꺼리던 런 회장이 15일 광동성 선전 본사 캠퍼스에서 열린 서방 기자들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2시간 20분이나 대화를 나눈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화웨이가 1987년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중국 인민 해방군 출신이자 공산당원인 런 회장은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하지만, 중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 짓을 하지 않았다"며  외국 고객이나 그들의 통신망에 대한 비밀 정보를 중국의 정권 핵심부가 요청할지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에 이익이 되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단행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자신들의 통신장비에 스파이 칩을 심어 중국 정부의 첩보 활동을 돕고 있다는 의혹을 그동안 줄곧 부정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산업스파이와 화웨이의 보안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등 동맹국들은 잇따라 국가안보를 이유로 5G로 불리는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에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달 1일 런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대(對)이란 무역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화웨이는 미.중 경제 전쟁의 중심에 서있다. 또한 이달 들어 8일에는 화웨이의 임원이 폴란드에서 간첩혐의로 체포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화웨이는 체포된 임원의 간첩 활동 혐의를 개인의 잘못으로 선을 긋고 신속하게 해고함으로써 자사 책임론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런 회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화웨이가 고객들의 정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요청이 있다 해도 거부할 것이라고 했지만 보안 문제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현재 중국 법에 따라,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들은 국가 안보에 연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에 소비자 정보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국가 안보에 대한 규정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 중국 공산당이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런 회장은 법적인 절차가 진행 중인 자신의 딸인 멍 부회장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딸이 보고 싶지만 정의가 드러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현재 멍 부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지만 미국은 캐나다에 1월 29일까지 멍 부회장의 인도를 요청한 상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면 자신이 직접 멍 부회장 케이스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 회장은 화웨이를 '민감한 후각,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 등 늑대의 3가지 특징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으로 성장 시킨 장본인이다.  회사 생존까지 위협할지 모르는 엄청난 파고를 넘기 위해 고령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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