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노 브렉시트?...영국 앞으로 어떻게 되나

윤세미 기자입력 : 2019-01-16 14:40
①메이 총리 불신임되면 조기총선 ②메이 총리 신임 얻으면 '플랜B' ③새 합의안 부결 땐 '노딜 브렉시트' ④EU 탈퇴 결정 번복 '노 브렉시트'

15일(현지시간) 영국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브렉시트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멈추라(Stop)"고 적힌 팻말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영국 하원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안' 및 EU와의 미래 관계의 방향을 제시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230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했다. [사진=AP·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했다. 영국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졌다. 이제 관심은 앞으로 영국이 어디로 향할지다. 

영국에서 펼쳐질 수 있는 상황은 크게 4가지다. 테리사 메이 정부 해산 및 조기 총선, 새로운 대안인 '플랜B' 도출, 무질서하게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브렉시트 결정을 없던 일로 돌리는 '노 브렉시트(No Brexit)'다.

◆메이 정부 해산 및 조기 총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직후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표결은 16일 오후 7시(한국시간 17일 오전 4시)로 예정됐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하원 650명 의원 중 과반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압도적 부결에도 불구, 메이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반대한 집권여당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나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 등이 메이 총리를 지지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메이 총리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만일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조기 총선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된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이후 14일 이내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21일까지 대안 '플랜B' 도출

메이 총리가 권좌를 지키면 3개회일 안에 새로운 대안, 즉 '플랜B'를 의회에 제시해야 한다. 메이 총리는 의회가 정부를 신임하면 각 당 지도부와 논의를 거쳐 21일까지 플랜B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플랜B의 내용으로는 추가 설득을 통한 하원 재표결, EU와 합의안 재협상, 2차 국민투표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대표가 워낙 많은 데다 영국 의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를 모두 반영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론이 짙다. 또한 메이 총리는 앞서 2차 국민투표는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하원의 표심을 좌우할 핵심 쟁점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한 ‘안전장치’(backstop) 조항이다.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사이의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이다.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파와 DUP는 안전장치가 발동될 경우, 영국이 EU 회원국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분담금만 내는 '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스톱 조항을 수정하려면 EU와의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다만 EU가 기꺼이 재협상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최악의 시나리오 ‘노딜 브렉시트’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통과와 관계 없이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오는 3월 29일부로 EU를 탈퇴하게 된다. 약 10주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까지 영국과 EU에서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하지 못하면 무질서하게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불가피하다.

노딜 브렉시트 하에서는 2020년 말까지 영국과 EU가 무역·안보 문제에 관한 세부 협상을 이어가는 약 2년의 ‘전환기’를 가질 수 없다. 정치·경제적으로 심각한 충격파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 경제 규모가 8% 위축되는 등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딜 브렉시트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탈퇴 시점을 미룰 수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영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7월까지 탈퇴를 연기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메이 총리는 탈퇴 연기 옵션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EU 탈퇴 없던 일로...‘노 브렉시트’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로 2차 국민투표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2일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근 자체 여론조사 결과,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가장 나은 대안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2차 국민투표 실시라고 보도했다. 2차 국민투표에 대한 찬성률이 46%로 반대 여론(28%)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CNBC는 제2 국민투표나 브렉시트 연기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영국이 EU 탈퇴를 없던 일로 하는 '노 브렉시트'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노딜 브렉시트보다 노 브렉시트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전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10%로 낮게 제시하면서 “2차 국민투표가 실시되거나 아예 브렉시트 결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 크리스핀 오데이 역시 브렉시트 철회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로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후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시장에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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