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환자만 생각했던 故 임세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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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19-01-0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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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족 "고인의 뜻 이어가길"…부의금 강북삼성병원과 동료 의사들에게 기부

[사진=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


고(故) 임세원(47) 서울 강북삼성병원 교수의 발인식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평생 환자를 생각했던 그의 발인식에는 가족과 동료, 그가 진료했던 환자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식장에 모인 유족과 동료의사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발인식을 지켜봤다. 자랑스러운 아들, 따뜻한 동료, 존경하는 의사였던 그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눈시울은 붉었다. 임세원 교수의 어머니는 "바르게 살다 가 줘서 고맙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유족들은 임 교수의 뜻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 부의금을 강북삼성병원과 동료 의사들에게 기부했다. 이 자금은 고인이 생전 다 못했던 신경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연구에 사용될 계획이다.

1996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임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에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 진료활동을 이어왔다.

임세원 교수는 전공의 시절 우을증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자살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임 교수는 자살 징후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이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로 현재 보건복지부 정식 교재로 쓰이고 있다.

임 교수는 환자가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꿨다. 임 교수가 진료한 환자들은 "늘 자상하고, 환자 편에서 생각하고 진료했던 교수님"이라고 그를 기억했다. 임 교수의 지인들은 "정신질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임 교수의 동생인 임세희씨도 "오빠는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자살예방과 편견 없는 정신과 치료 환경을 만드는 데도 힘쓸 계획이다. 이는 중증정신질환자에게 진료를 강제하는 '외래치료 명령제도'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외래치료 명령제도는 퇴원 환자 정보를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고, 중증 정신질환자 일부에게 최대 1년까지 외료진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보호 의무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임 교수가 몸담았던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주 학회 차원의 추모식을 연다. 강북삼성병원도 임 교수 추모 공간을 병원 내 마련할 계획이다. 의사 협회도 1월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근조 리본을 달고 진료하도록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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