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에 활력을④] 車공장·조선소 떠난 군산… 신재생에너지 새도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윤신 기자
입력 2018-12-30 20:3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14곳, 협동조합 설립하고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 도전

군산국가산업단지 전경[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전북지역본부]



호남권 산업단지의 핵심인 군산은 최근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위기에 큰 어려움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방문한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 한국GM 떠난 자리 황폐

최근 방문한 군산국가산업단지는 차가운 바닷바람만큼이나 스산한 풍경이다. 광활한 산업단지 부지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길가에 세워진 대형 화물차에는 회색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군산국가산단은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제조업 위기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다. 지역 경제를 책임져온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몰락은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의 가동중단과 올해 5월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를 불러왔고, 군산 지역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GM 공장과 제2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조선소 부지는 철문이 굳게 닫혀있다.
 

문 닫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진=최윤신 기자]

 

가동을 멈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크레인. [사진=최윤신 기자]

문 닫힌 한국GM 군산공장. [사진=최윤신 기자]


조선과 자동차는 군산시와 전라북도의 핵심 산업이었다. 두 공장이 위치한 군산국가산단이 지역경제를 이끌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4년 완공된 1단지는 한국GM(옛 대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이, 2007년 완공된 2단지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필두로 한 조선업이 중심이 됐다.

2016년 기준 군산시의 총 수출액 20억1100만 달러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산업의 수출액이 9억300만 달러, 약 44.9%에 달했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의 협력업체 종사자만 1만5856명으로 군산시의 제조업 종사자 2만3791명의 66.6%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뒤 현재 2산단에 위치한 조선업 협력업체들은 대부분이 휴업 혹은 폐업한 상태다. 2016년 4월 기준 86개사, 고용인원 5250명에 달했던 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은 올해 6월 기준으로 21개사밖에 남지 않았다. 이마저도 수많은 사람이 빠져나가 고용인원은 308명밖에 되지 않는다. 불과 2년여 만에 5000명에 가까운 고용인원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4인 가족기준으로 계산하면 2만명이 군산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6월까지 141개사 5703명에 달했던 군산국가산업단지 운송장비업은, 올해 6월 127개사, 3319명으로 위축됐다. 산단공 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2009년부터 실제 가동된 군산조선소에 비해 한국GM의 경우 옛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30년간 유지돼온 터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주변상권은 이미 얼어붙은 상태다. 곳곳의 상점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오식도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집이라 올 초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에는 장사가 됐는데 하반기부턴 점심장사도 거의 멈춘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모여 신재생에너지 새 도전

그러나 이곳에선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군산산단 입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조합을 만들고 새로운 일감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 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협동조합은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던 14개 협력사가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발적으로 설립한 단체다. 협동조합 이사장인 김광중 번영중공업 대표이사는 “현대중공업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산단 내 조선협력업체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며 “업체들이 조선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기반으로 신재생에너지나 중소형 조선 등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협동조합을 조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이 조직된 협동조합은 최근 성과를 내며 군산국가산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협동조합은 최근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지역발전 상생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MW급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한다. 사업비는 35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단공 전북지사 관계자는 “위기를 겪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업다각화를 통한 타개책을 찾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제조업 위기탈출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