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 30. 말이 넘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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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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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랭 코르뱅 '침묵의 예술'

[사진=아이클릭아트]


# 아리스토텔레스는 침묵이 언제나 보상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세네카는 침묵을 현자의 미덕으로 삼았다. 푸블릴리우스 시루스는 침묵에 대한 격언을 많이 썼다. 그에 따르면 "침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침묵보다 더 가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디오니시우스 카르투시아누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입을 다무는 데는 조금의 위험도 없지만 말을 하는 데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침묵의 예술(알랭 코르뱅∙북라이프), 148쪽>

말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말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지면서 쉼 없이 말들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서로 소통을 하기보다는 각자 제 말하기 바빠 보입니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지만 다른 사람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소란스럽다'가 지금 우리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넘치는 말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내가 어디에서 들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식의 무책임한 말들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이런 말들이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집니다. 그렇게 거짓도 어느 순간 진실이 돼 버립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말실수도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말의 수위도 점점 세지고 자극적인 표현들이 늘어갑니다. 누가 더 큰 논란을 만들어 내는지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말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어딘가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경솔한 말로 비난의 중심에 서 있는 인사들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기 전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내뱉고 봅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자신이 경솔했다'고 사과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더는 침묵이 미덕인 시대는 아니지만, 요즘 사회 분위기는 너무 과해 보입니다.

입이 문제입니다. 말에는 언제나 위험이 뒤따릅니다. '침묵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18세기 프랑스의 신부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는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열어야 한다. 입을 다무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는 제대로 말할 줄 모른다"고 강조했습니다. 적당한 침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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