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상생으로]④“생존권 위협”에 “시대적 흐름”…공유경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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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9-01-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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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산업혁명 갈등

  • 택시vs카카오…숙박업계vs에어비앤비 갈등 심화

  • 獨, 노·사·정 타협 이뤄…英·美선 ‘우버’에 적극 대응

 

갈등(葛藤)의 한자어는 칡나무(葛)와 등나무(藤)가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그린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나 정서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다. 이런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잖은 사회학자들은 갈등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이 한층 나아진다고 설파한다. 그렇다면 2019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수많은 갈등은 과연 더 좋은 세상을 가져올 ‘진통’의 과정일까? <아주경제>는 그 답에 대한 단초를 신년기획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를 통해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혁신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산업구조도 변화하면서 신규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 간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 플랫폼의 승리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일까. 

◆공유경제의 딜레마...택시 vs 카카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현재 대표적인 갈등은 ‘공유경제’에서 비롯됐다. 공유경제는 한 제품을 여럿이 나누어 쓰는 개념을 뜻한다. 공유경제 사례로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와 숙박 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 등이 대표적이다.

우버는 개인이 차량으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게 하는 서비스고, 에어비앤비는 개인이 부동산을 이용해 숙박 업소 서비스를 제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에어비앤비의 경우 허용(도심은 외국인만 가능)되고 있지만, 우버는 불법판정을 받고 퇴출당했다. 이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경제모델로서 시대적 흐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업계에선 ‘생존권’을 빼앗아간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논란이다. 택시업계 반발은 거세다. 지난해 12월 11일 택시 기사 최모씨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면서 국회 앞에서 분신을 시도하다 숨졌다. 최씨는 “카카오 카풀은 불법”이라며 “서비스 도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성환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사무처장은 “법인택시 기사들이 한 달 20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시달리면서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도 움직였다. 정부와 여당은 카풀 서비스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택시 지원방안을 확정하고 택시 업계 설득에 나섰다. 현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 월급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다.

법인택시 기사를 사납금 없이 월급을 주는 식으로 고용하면, 이들에게 월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으로 당정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카카오 카풀은 불법일까. 택시업계는 현행법상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 조항이 있기 때문에 카풀 서비스에 불법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객 및 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 1항에 있는 ‘출퇴근의 경우 동승 허용’이 가능하다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절충안으로 제시된 것이 하루 2회 제한적 운행을 제시했고 카카오도 해당 절충안을 따랐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거공유냐 숙박업이냐…숙박업계 vs 에어비엔비

에어비엔비와 숙박업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숙박 공유 문제는 ‘내국인 숙박 공유’가 쟁점이다. 현행법상 도시에서 내국인의 숙박 공유를 금지하고 외국인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숙박 공유 허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한숙박업중앙회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경재 중앙회장은 “전국 50만 숙박산업 종사자들은 1억5000만개 공실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공실 가운데 1000여개 만이라도 숙박 시설을 개선하면 관광객에게 저렴하게 잠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보다 앞서 공유민박업을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집값 상승과 소음 문제, 주민 갈등, 몰래카메라, 성범죄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비앤비 측은 도심서 내국인도 공유민박을 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10월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숙박 공유는 호스트들이 부수입을 올리는 중요한 수단인 동시에 ‘살아보기’와 같이 기존 여행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활동을 불러일으키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숙박 공유가 가져다주는 이익을 인식하고 공유 친화적인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 “노동계 입장 경청”...영‧미 ‘우버’에 강력 대응

4차산업혁명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선진국은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지난해 세계노동조합연합체 인더스트리올(industriALL)은 “디지털 경제로의 공정한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지속가능한 산업정책, 튼실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과 노사관계’ 논문에 따르면, 서구에선 독일이 디지털 기술혁신에 가장 전략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이다. 노사정 대표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한 ‘정책협의네트워크’를 구성해 노동계 입장을 경청하고 있다.

독일에선 경우 도이치텔레콤과 모바일노동자들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모바일근무 또는 원격근무 보장 △모바일 노동 유급 인정 △모바일 근무 장소선택권이 담겨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됐다. 이 같은 독일 사례에 대해 이 교수는 “정부와 사용자단체 그리고 기업 경영진들이 실질적 정책 협의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독일과 함께 유럽경제의 양대 축인 영국과 완전고용을 이룬 미국은 4차산업혁명에 따른 갈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선 두 나라는 우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미국 노동자총연맹·뉴욕 택시노동자연합·영국 일반노조는 우버 택시 기사의 노동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입법청원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끝내 노조 조직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법원과 지자체에선 우버 운전자를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경우 “우버를 단순히 노동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 인력을 활용하는 운수회사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자 주권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세우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노사정 참여의 공동연구와 정책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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