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대비 국회의원 경쟁력…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두번째
  • '국민혈세' 갉아먹는 특권특혜 시스템 타파해야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국회가 내년 세비를 182만원 '셀프 인상'했다. 내년 국회의원 연봉은 1억5176만원이다.

이른바 ‘뽑힌 뛰어난 인물이라는 선량(選良)’ 국회의원이 경기침체,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의 혈세에서 스스로 세비를 1.8% 올린 것이다. 지난해에는 세비 2.6% 인상과 의원 보좌진 1명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달 초엔 의원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고 단식투쟁까지 불사했다.

원래 세비(歲費)란 법률에도 없는 일본식 용어다. 일본은 세금에서 중의원과 참의원에게 주는 수당을 가리켜 세비라 한다. 현재 세비 5% 삭감 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국회는 2012년 세비를 14% 삭감했다. 2003년에도 10% 줄였다. 2018년 현재 일본 중의원 정원은 465명이다. 2016년 10명, 2012년 5명을 감축한 정원 수다. 2006년 국고에서 70% 지원하던 의원연금을 없앴다. 일본 민영철도협회와 버스협회는 의원들에게 주던 무료 승차권제도 폐지했다.

2012년 미국은 급여 10% 삭감, 급여 자동인상조항 폐지, 예산안 처리시한 준수 실패 시 25% 삭감 등 동결·삭감법안을 의원들이 발의했다. 그해 영국도 의원 1인당 1만 파운드(약 1800만원)씩 세비를 삭감했다.

국회의원의 세비와 국민의 행복지수는 반비례하는가?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의원 세비는 1인당 GDP의 5.27배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법안 발의·처리 건수 등 각종 지표를 통해 측정한 '보수 대비 국회의원의 경쟁력'은 꼴찌(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보수 대비 의원의 경쟁력 최상위권인 스웨덴·덴마크·스위스·핀란드의 예를 보자.

스웨덴 국회의원은 일반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은 주 80시간을 일하지만 세비같은 건 없다. 대신 소정의 월급(주급)을 받는다. 회기 중 결근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이마저도 못 받고 의사 발언권까지 박탈당한다. 관용차도 운전사도 없어 대다수는 자전거나 대중 교통으로 출퇴근한다. 출장 땐 가장 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 면책특권도 없다.

그들은 4명이서 작은 사무실을 공동으로 쓰고 보좌관은 1명씩만 둔다. 당 대표실은 의원들 손님 응접실로 쓰이기도 한다. 국회의원의 출장비엔 식비가 따로 포함되지 않는다. 1995년 한 장관 겸 국회의원이 법인카드로 자녀 기저귀를 구입했다가 문제가 돼 의원직을 사퇴한 적도 있다.

덴마크 국회의원 대부분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여성 의원이 전체 40%에 달하고, 여성 의원의 자전거에는 장바구니가 달려 있다. 그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일한다. 좁은 사무실에 비서는 의원 2명당 한 명. 사무실 가구도 자비로 구입, 회의 불참 시 대신할 의원을 사전 통보하여야 한다.

스위스 국회의원의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최저임금 시급이 25프랑인데, 국회의원 월급이 4000프랑, 한화로 약 450만원이다. 그들은 보좌관은커녕 비서도 없다. 보좌관 1인을 고용할 수 있으나 보수로 월 250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보좌관을 고용하지 않으면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대부분은 보좌관을 두지 않는다. '금배지' 같은 건 없고 명함에 적힌 건 소속, 전화번호, 이메일주소가 전부다. 스위스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고되고 힘들어서 초선으로 만족하고 재선을 포기한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 국회의원 회관은 전면이 투명유리다. 의원들이 뭘 하고 있는지 사무실을 훤히 들여다 볼수 있다. 주권자 국민에게 위임받은 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기 위해서다. 핀란드 국회의원들은 회기 중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그만큼 세비를 깎고, 여러 번 되풀이 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그들은 모든 과세 내역과 매월 지급되는 활동비 130만원 가량의 사용 내역을 인터넷과 언론에 모두 공개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회는 어떠한가? 말을 말자. 우리나라 국회가 상술한 핀란드·스위스·덴마크·스웨덴 등 국민의 삶의 질이 세계 최고수준 국가들의 발끝이라도 닮으면 좋겠다. OECD 국가 3위 고액 세비는 회의에 출석 한 번 안 해도,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는 기간에도 똑같이 지급된다. 국회가 아예 열리지 않고 개점휴업 상태로 있을 때도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된다.

고액 세비 못지않게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특권외에도 각양각색의 공식 비공식 특권과 특혜를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악법을 호법(好法)으로 고치고 호법을 만드는 입법가로서 임무를 다했을 때만 세비 또한 그 임무를 다했을 때 국민들이 지급하는 수고비다.
 

한국 국회의원의 경쟁력과 실적은 OECD 국가중 꼴찌에서 두 번째, 세비와 특권은 TOP3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시인과 수탉은 배가 고파야만 운다. '포난생음욕(飽暖生淫欲)'이다. 편안하게 잘 살면 방탕해지고, 인순고식(因循姑息)의 낡은 관습이나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일을 추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선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평균적인 국민과의 삶에서 유리되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대의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 특권과 특혜를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국회의원의 고액 세비와 각종 특권 특혜가 마치 권력과 권위의 상징인양 오남용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원래 국민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적 장치가 국회의원이다. '현대판 특권 귀족'을 양산하게끔 변질된 현 시스템은 반드시 혁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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