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제정책방향]​‘사회적 대타협’ 뒤에 숨은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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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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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경제‧보건서비스 핵심규제 개혁 나서…카풀은 빠져

  • “규제개혁 정부 의지 없다” 비판도

[연합뉴스]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살리기에 나서기로 했지만, 정작 민간 부문의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개혁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규제 혁신’ 분야는 공유경제‧보건서비스를 중심으로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규제개혁은 정부 주도가 아닌,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화와 논의를 거쳐 규제를 없애 나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화‧논의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지 예단하기 힘들다. 이는 민간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해관계자와의 대립으로 수년에서 길게는 십여년 넘게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분야도 적잖다. 해당 사안이 논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면 좋지만, 반대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면 민간은 선뜻 투자에 나설 수도 없게 된다.

◆ 카풀 등 예민한 사안 빠진 규제개혁…핵심규제도 ‘사회적 대타협’

정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회의 이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유경제‧보건서비스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규제는 이해관계자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소규제는 투자캐러반 등 현장 소통을 통해 애로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선 공유경제‧보건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7개 규제를 핵심규제로 인식하고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핵심규제는 △도시지역 내 숙박공유 내국인 허용 △일차의료기관 비대면 모니터링 추진 △비의교기관 건강관리 서비스 범위‧기준 마련 △스마트시티 시범지구 대여‧반납구역 제한없는 카셰어링 도입 △낙후 접경지역 군사보호구역 해제 △규제 샌드박스 선도사례 창출 등이다.

보건서비스와 관련,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구분이 모호해 건강관리서비스 확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내년부터 비대면 모니터링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정 기간‧구역 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내년 본격 시행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업 투자애로도 적극 해결해주기로 했다.

공유경제는 숙박과 차량 부문이 우선 규제개혁 대상이 됐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인 ‘카풀’은 이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공유경제를 풀기 위해 저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노조와 직접 만나 대화해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막연하게 설득으로는 되지 않기에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유경제는 16대 중점 추진과제 중 ‘빅딜(Big Deal)’에 포함돼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해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할 과제라는 의미다.

‘빅딜’ 과제는 △숙박공유 등 공유경제 활성화 △보건의료 서비스 확대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발굴‧확산 △혁신형 고용안정모델 구축 등 4개다.

공유경제와 보건의료서비스는 ‘핵심규제 혁신’ 과제이기도 하다. 핵심규제를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거쳐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 “규제개혁 의지 없는 정부…‘사회적 대타협’ 뒤에 숨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규제개혁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우려가 교차한다. 사회적 대화와 합의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단, 내년 한 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경제정책방향’에서 ‘타협을 통한 규제개혁’은 오히려 시장에 불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합의점을 찾기 전까지 정부는 그 사안에 대해 의지를 갖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1년 만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고, 규제를 개선해 시장에 안착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민간에서는 자칫 논의가 길어지면 규제개혁은 늦어지고, 시장의 피로도는 높아져 결국 규제개혁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민간의 관련 부문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정부가 규제개혁과 관련된 확실한 목표나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공유경제와 보건의료서비스가 핵심규제 혁신 과제인 동시에 ‘빅딜’ 과제에 포함된 게 대표적이다. 규제를 개선하겠다면서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겠다고 한 분야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회적 대타협 뒤에 숨은 것”이라며 “규제개혁 의지가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혁신성장이 필요하고, 혁신성장이 제대로 되려면 민간 부문의 과감한 규제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경제활력을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기대했는데, 규제개혁 수준이 이정도면 (규제개혁 없이)계속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규제개혁은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진척할 수 있다”며 “사회적 대타협은 중요하지만, 반대를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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