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 “국민이 바라는 공공의료, NMC가 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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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8-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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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 요구 갈수록 상승…공공보건의료체계 견인 약속

  • 국가중앙센터와 공공의료인력 전문교육 양성기관 역할 확대‧강화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사진=국립중앙의료원 제공 ]


국가공공보건의료체계 중앙 컨트롤 타워인 국립중앙의료원(NMC)을 이끄는 수장 정기현 원장은 ‘의료’에 대한 고뇌로 가득 차 있다. 중앙감염병병원‧중앙응급의료센터 등 NMC가 맡고 있는 역할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1월 24일 취임해 어느덧 취임 1년을 향해 달려가는 정 원장은 NMC가 앞으로 새로운 공공병원으로 도약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정 원장은 NMC를 환골탈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상제고를 통해 국내 공공병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해 있다. 공공병원인 만큼 다른 병원에 비해 형편이 어려운 의료급여 환자나 동대문 주변 노숙자, 행로병자 등을 많이 진료한다.

국민 다수가 바라보는 NMC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국가병원이며,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치료하고, 진료비가 다른 사립병원보다 저렴한 병원 등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국내 대표 공공병원으로서 그 역할이 얼마나 크고, 더 커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공공의료 기대에 부응할 ‘국가중앙보건의료센터’로 도약

정기현 원장은 “최근 유아교육에 있어 국공립유치원의 비중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확산되는 것처럼 우리사회 곳곳에서 공공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의료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NMC가 갈수록 증대되는 공공의료와 의료 공공성에 대한 국민 기대에 부응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NMC 위상을 제고하고, 기능역할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의료는 비영리 성격을 갖고 있으나, 국내 공공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원이 수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공병원인 NMC를 비롯해 서울대병원과 같은 다수 국립대병원도 수익창출을 강요받는다.

공공성 추구보다는 성과를 요구받다보니 공공의료를 표방해야 하는 공공병원조차 의원과 경쟁하며 외래진료에 힘을 쏟는다. 환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병상이 늘어나기도 한다.

정 원장은 “공공의료 총괄기관으로서 NMC가 가진 세부기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부에서는 진료기능만으로 NMC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진료기능은 NMC가 가진 여러 역할 중 하나에 해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반 진료나 병상을 늘리는 것은 NMC가 할 일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공공병원에 500만원을 투자했다고 해서 5000만원어치의 성과를 기대하는 식의 접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공의료는 지역·계층·분야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동안 공공의료 정책은 주로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잔여적 접근형태로 운영됐다.

정 원장은 공공의료가 앞으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응급과 외상, 여성건강(산모‧모성 등), 어린이 의료, 감염 등 필수 의료에 대해 선제적이고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기능보다 NMC만이 가진 역할인 중앙감염병병원‧중앙응급의료센터‧중앙외상센터‧중앙모자의료센터 등 국가중앙센터 역할과 공공의료인력 전문교육 양성기관 역할을 확대‧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NMC가 제대로 위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유일한 공공병원이라는 상징성을 갖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골격을 갖추고,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국가중앙병원이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NMC가 필수의료와 연구, 교육, 수련, 정책 등에서 어느 수준까지를 갖춰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계획을 설계했고, 이를 곧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NMC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책정하며, 보건복지부 감시를 받는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도덕적 잣대도 엄격하다.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국회, 언론과 여론 모두로부터 크게 질타를 받는다. 소위 ‘공공’이란 단어가 붙어 실수하면 거세게 비난받는 숙명을 가졌다.

정 원장은 “NMC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도 필요한데, 골격을 폄하하고 피폐하게 만드는 시도는 아쉽다”며 “물론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정활동 등을 통해 늘 관리하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국립중앙의료원 제공]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보건의료 공적 가치를 구현할 기회”

정부는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등을 이유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한다. 2021년 12월부터 첫 신입생 선발을 목표로 내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전북 남원에 49명 정원으로 대학을 설립하고, 선발 인원은 시·도별로 배분하게 된다.

여기서 NMC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교육(수련)병원 역할을 맡는다.

정 원장은 “단순히 지역에 가서 진료할 의사로 만드는 것은 1차원적 논리“라며 ”국립공공의료대학은 보건의료 공적 가치를 구현하면서 이를 상징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인 분만이나 응급, 정신, 결핵, 호스피스, 희귀난치성 질환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적정공급이 되지 않는 분야‧지역에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NMC가 기존 대학병원과는 차별화된 수련시스템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어떤 의사를 어떻게 양성하고, 이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사회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특수화된 의료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적합한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물론 의사로서 전망이 있어야 지원도 있기 때문에 커리어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정 원장은 “지역사회 성격을 반영한 테스트베드(TestBed), 즉 시험무대와 표준모델이 있어야 의료공백을 제대로 메울 수 있다”며 “수련병원도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기반으로 한 특화된 공공의료 수련병원 모델이 필요하다. NMC가 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공의료교육은 보건의료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근본적 성찰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의대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와 그 속에서 민간조차 무너지는 의료시스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서울 대형병원만 찾고 있는 의료 양극화에 따른 불균형 문제 등을 직시하고, 해소 방안을 찾는 사회적 담론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전달체계, 각자 영역에 맞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수십년간 의료에 몸 담았던 전문가로서 본질적인 의료시스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통 의료전달체계는 1차인 동네의원부터 3차인 대형병원까지를 이야기한다. 경증인 경우 의원을 찾는 것이 보통이지만, 국내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가벼운 만성질환으로도 큰 병원만을 고집하는 환자가 많다.

정 원장은 “의료전달체계를 단순히 1‧2‧3차로 나누기보다 각 병‧의원이 그 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증환자는 의원에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그 안에서 먹고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각자 영역에 맞게끔 해줘야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의료접근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생태계 측면에서 어느 정도 블록(Block)을 만들어줘야 체계가 잡힐 수 있으며, 이 같은 정합성을 맞추면 전체 틀에서 의료 공공성 역시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것은 환자‧전문가 삶의 질 향상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NMC, 새로운 시작

개원 60년을 맞은 NMC는 오는 2022년을 목표로 이전계획을 갖고 있다. 2016년 12월 8일 복지부와 서울시가 서초구 원지동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NMC는 지난 18년간 부지 선정과 원지동 문화재 매장 등 각종 문제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회에서조차 더 이상 NMC 이전은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나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NMC가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원지동에 감염병병원도 함께 설립하기로 하자, 최근에는 서초구민 반대에 부딪혀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지금은 소통 등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보이고 있다.

정 원장은 “단순히 낡았으니 이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공병원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담는 것이 신축이전”이라며 “원지동 이전은 계속해서 설명했듯이 공공의료 상징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혹시 있을 수 있는 차질에 대비해 대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보건의료 통합연구에 앞장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된 후 여러 분야의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통일보건의료학회에서는 남북의료와 관련해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형성하고, 남북 의료인 진료 가이드라인을 구성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 원장은 국가중앙보건의료센터인 NMC 역시 남북보건의료 교류와 협력, 나아가 통일을 대비한 남북 의료시스템 통합연구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NMC는 올해 5월 28일 남북보건의료연구부를 신설했다. 남북 의료진 교류와 교육을 통한 인력 양성, 결핵 등 주요 질병에 대한 코호트 연구(전향성 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 원장은 “향후 감염병 예방과 치료, 관리를 위한 근거기반 대책을 수립하고, 남북 공공보건의료 활성화에 대한 연구 활동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약력
△1956년 1월 26일생
△전북대 의과대학 의학과(1989)
△서울대 대학원 의학 석사(1999)
△고려대 대학원 의학 박사(2010)
△공공보건의료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2017~)
△대한병원협회 부회장(2018~)
△대한주산의학회 정책이사(2017~)
△전라남도 정책자문위원 부위원장(2014~2017)
△성균관대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외래교수(2012~2017)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연구소 연구교수(2012~2013)
△내일의료재단 현대여성아동병원 이사장(2003~2017)
△보건복지부 장관상(2012)
△국무총리 표창(2000)
△충청북도 신지식인상(2000)
△우수공무원 수상(충청북도,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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